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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난 오너 리더십①] 정의선 ‘고급화’ 적중… 현대차·기아, 영업익 20조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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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승인 : 2023. 05.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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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호황 스타트
판매량 10% 늘 때, 영업익 2배 점프
프리미엄 브랜딩·전기차 전략 추진
제값 받아도 충분할 만큼 품질 인정
올해 양사 합산 영업익 24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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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굴지의 산업 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개척·도전정신이 그 옛날 정주영·이병철 같은 창업주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내연기관 너머 전기차 패러다임을 캐치해 100년 이상 도로 위를 지배해 온 정통 강자들을 하나씩 이겨가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배터리와 전장사업을 세계 일등으로 키워가는 구광모 LG 회장이 그렇다. 가문의 숙원인 육해공 방위산업을 다 아우르고 있는 김동관 한화 부회장, 바다 위 세계 1위 조선기업에 첨단기술을 입히며 변신에 나선 정기선 HD현대 사장도 마찬가지다. 태풍에 용광로가 멈춰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발빠르게 수습한 야전사령관, 전문경영인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전세계 경기침체 속에도 뚝심과 기술력으로 돌파해가는 조현준 효성 회장도 주목할 만하다. 워크아웃에 빠진 그룹을 유망 신사업으로 재무장하는 데 성공한 박정원 두산 회장, 좌석을 떼어내 화물을 실어나르는 역발상으로 팬데믹을 이겨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 주력과 신사업을 동시에 육성하는 그 어려운 과제를 풀어가고 있는 구자은 LS 회장의 안목과 자신감까지 위기에 더 환한 빛을 발한 오너의 리더십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현대차그룹 사상 최대 호황이 시작됐다. 전세계에서 3번째로 차를 많이 파는 회사가 됐고 최대시장 미국에선 2년 연속 판매 4위가 유력하다. 자동차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6조5000억원에 육박하면서 경기침체 속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최대 효자기업으로 등극했다. 정의선 회장 취임 만 3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다.

10일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하는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이 2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볼 것도 없이 사상 최대다. 이를 반영해 현대차 주가는 연초 15만7000원에서 이날 21만원으로, 기아는 6만1500원에서 9만원으로 각각 33%, 46% 튀어 올랐다.

실적의 비결은 많이 팔아서일까. 틀린 얘긴 아니지만, 판매량이 1년새 10% 정도 느는 동안 영업이익은 무려 두 배 가량 점프했다. 2년 전인 2021년 1분기 합산 169만대와 비교해도 지난 1분기 179만대의 판매량 자체는 유의미한 성장이 아니다.

달라진 건 몰라보게 개선된 영업이익률이다. 1대 팔았을 때 더 많이 남겨먹게 됐다는 의미다. 지난 1분기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0.5%로, 11%대의 테슬라를 제외하곤 전세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높다. 기아만 따지면 12.1%로 이마저도 넘어섰다. 정 회장 취임 이전인 2020년 1분기 기아 영업이익률이 3.1%에 불과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얼마나 드라마틱한 수치인 지 가늠할 수 있다.

비결 중 하나는 오랜 완성차 조립 노하우가 빚은 고정비 절감이다. 최근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 보고서에서 "모듈로 최적화 된 부품을 해외공장에 공급하면서 조립 생산인력을 합리적으로 배치해 고정비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을 내놨다. 긴 시간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공급망, 최적의 생산체제를 만들기 위해 정 회장은 협력사와 끝 없이 머리를 맞대고 상생안을 찾아온 바 있다.

수익성이 좋아진 더 기본적인 배경은 고가의 차량이 많이 팔려나가서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가성비 위주 중저가 차량으로 승부해 마진을 타이트하게 가져갔다.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지 못한 게 이유다. 정통 강자로 불리는 독일 3사와 미국·일본기업에 밀려 '톱 5'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내연기관시대 쌓아온 그들만의 팬덤과 고유의 헤리티지를 꺾기는 쉽지 않을 거란 게 지배적 견해였다.

기회는 팬데믹이 불러온 혼란 속에 있었다. 반도체 부족 문제를 정 회장이 발로 뛰며 풀어냈고 세계 유수 기업보다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 성공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15% 이상 급감하는 시점에도 현대차그룹이 굴곡 없는 판매량을 유지한 배경이다. 마스크와 비대면 생활에 지친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세단 보다 고가인 SUV가 인기를 끈 것도 수익이 좋아진 배경 중 하나다.

이 시점부터 급격히 진행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현대차에는 절호의 기회로 작용했다. 벤츠·BMW·GM·토요타 같은 강자들 보다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전기차를 줄줄이 출시하면서 기존 내연기관 시대 판도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르노닛산연합과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단숨에 글로벌 판매 3위로 점프했다. 최근 삼성증권은 '2026년 글로벌 1위 업체가 바뀐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3년후 현대차의 독주를 점치기도 했다. 전기차 대처가 늦은 토요타의 부진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다.

정 회장이 공 들여 온 '프리미엄' 브랜딩과 공격적인 '전기차' 전략은 현재 시점에선 매우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수년간 제네시스는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충분히 인정 받았고 현대차의 아이오닉과 기아의 EV 시리즈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호평은 해외를 중심으로 더 뜨거웠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시장을 제외한 1분기 전세계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 폭스바겐에 이어 현대차·기아가 3위다.

이제 제 값을 받아도 충분할 만큼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와관련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이제 제 값을 받고 차를 팔기 시작했다는 게 주목할 만 하다"면서 "제네시스 GV80의 타이거 우즈 사고 이후로 오히려 안전성이 주목 받은 게 그 계기가 됐을 거라 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금은 토요타 고급브랜드인 렉서스 동급 차종 보다 더 웃돈을 얹어야 살 수 있는 게 제네시스"라고도 했다.

물론 과제도 있다. 이 교수는 "반도체 부족 이슈가 끝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현대차가 잘 팔리고 고수익이 유지 될 수 있는 지 앞으로 1, 2년이 중요하다"고 했다. 과거 대규모 프로모션이나 할인으로 팔아치우기 급급했던 때를 떠올려 보면, 차량을 신청해도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자가 줄을 서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도 대거 아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진정 되고 기업들도 앞다퉈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다"면서 "상품성을 놓고 진검 승부를 펼쳐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전했다.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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