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수제천보존회 장기철 이사장은 1400년이 넘는 역사와 기록을 가진 수제천(壽齊天)이 우리 민족의 자존감과 연관돼 있다며 그 가치를 설파했다.
조선시대 궁중음악인 수제천은 고려 왕조 초기 옛 백제의 가요인 정읍사에 곡을 붙였다고 해서 '정읍'으로 불리다가 조선 후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이 곡을 듣는 이들에게 하늘처럼 영원한 생명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아악곡의 백미'로 불리며 1970년대 프랑스 민속음악 경연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바 있다. 연주에는 대금, 소금, 향피리, 해금, 아쟁, 장구, 좌고, 박 등이 편성된다.
"조선 성종 때 만들어진 국악 이론서 '악학궤범'에 수제천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 나와 있습니다. 수제천은 백제 시대에 민간에서 널리 불리어진 노래였는데 당시 노래 중에 유일하게 전승되고 있는 것이 정읍, 즉 수제천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달하 노피곰 도다샤'라는 가사의 정읍사에 곡을 붙인 것이 정읍이지요."
장 이사장은 수제천의 역사가 우리 민족의 자존감과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가 건국되고 민족 자존감이 가장 높던 때, 이전까지 사용하던 당나라 음악이 아닌 우리 고유의 음악을 찾아내게 됐습니다. 그게 바로 정읍이었고, 470년 동안 고려시대 궁중음악으로 계속 연주됐지요. 이후 조선시대에 사대주의가 극성을 부리자 사라졌다가, 조선 후반기에 다시 부활하게 되지요. 민족의식이 다시 살아났을 때 수제천이 빛을 보게 됩니다."
조선 순조 때부터 궁중음악으로 연회, 사신 접견 등에 널리 사용되며 완벽하게 악보로도 남겨진 수제천은 굉장히 웅장하고 유려한 특색이 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며 수장고 속에 묻혀 있던 수제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다시 발견되어 197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민속음악경연대회에서 연주된다. 당시 그랑프리를 받으며 유럽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그때 심사위원들이 '천상의 하모니'라며 극찬했다고 합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저렇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전통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연주하는지 다들 놀라워했다고 해요. 당시 20세기 세계 4대 음악가로 불리는 윤이상이 독일에서 맹활약하고 있었는데, 윤이상은 '내 음악의 뿌리는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와 기백이 숨 쉬는 수제천'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 수제천이 널리 알려지고 각광을 받게 되지요."
북한에는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에서 유래한 윤이상관현악단이 있다. 장 이사장은 남북 관계가 호전되어 문화예술 교류가 시작되면 수제천연주단과 윤이상관현악단의 협연 혹은 합동 공연을 펼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정읍, 고창 등 전라북도 서남권을 유네스코 문화 창의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동양 삼국 중에서 문헌상으로 정확히 내려오는 전통음악은 한국의 수제천 뿐입니다. 수제천을 플랫폼으로 해서 전라도 고유의 향토 문화예술을 집대성시키고 싶습니다. 정읍 등 전라도는 판소리, 농악 등 민족 고유의 문화예술과 먹거리 등 자원이 많은 곳입니다."
|
재경전라북도민회 수석부회장이자 (사)대한민국시도민회연합회(대도연) 수석부회장도 맡고 있는 그는 지방소멸방지특별법 제정을 위해 5년째 뛰고 있다. 지방소멸방지대책 가운데 하나가 지역 향토문화를 발굴, 육성해 역사문화관광을 먹거리로 삼는 것이다.
"OECD 38개국 중에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인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수도권에 인구집중이 심한 일본의 경우도 30%에 불과하죠. 독일이나 영국, 프랑스, 미국은 기본적으로 수도권의 인구 비중이 10% 이하입니다. 우리나라는 30년 이내에 소멸된 지역이 30%인데, 대한민국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이 소멸되는 것은 국가 공멸로 이어집니다. 지방을 살리려면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예술, 먹거리, 볼거리들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