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 개인전 중 최대 규모 70여점 소개...12월 3일까지
|
일상의 이미지를 뒤집어 '보이는 것'과 '실체' 사이의 틈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작가 김범(60)의 개인전 '바위가 되는 법'이 27일부터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열린다.
과작(寡作) 작가인 그의 작품은 간혹 단체전에서 소개되긴 했지만 오롯이 그의 작업을 모은 국내 개인전은 2010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후 13년 만이다. 김범은 세계적인 미술관들이 앞 다퉈 작품을 소장하는 인기 작가이지만 국내에서는 전시가 드물었다.
1990년대 초기작부터 2016년까지 70여점이 나온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전 중 최대 규모다. 리움미술관은 전시를 위해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과 홍콩 엠플러스 미술관 등 해외에서도 작품을 빌려왔다.
작가는 다양한 방식과 매체를 통해 일상을 '다르게 보기'를 제안한다. 또한 우리에게 보이거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들이 현실의 전부가 아님을 생각하게 만든다.
김범의 2012년작 '"노란 비명" 그리기'에서는 마치 예전 EBS의 '그림을 그립시다' 프로그램처럼 화면 속 강사가 노란색 선으로 구성된 추상화 그리는 법을 단계별로 설명한다. 강사는 선을 그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그림을 완성해 간다.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진지하게 선을 긋는 모습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한편으론 예술가의 애환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명으로 완성된 실제 그림도 전시장에서 걸린다.
|
다리미와 라디오, 주전자가 탁상에 놓인 작품은 언뜻 보면 평범한 사물들 같지만 제목을 보고 작품을 보면 이해가 된다. 라디오인 줄 알았던 것은 사실 다리미였고, 주전자는 안테나가 달린 라디오였다. 이 작품의 제목은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다.
전시작 중 가장 최근 작업은 2016년작 '폭군을 위한 인테리어 소품'이다. 이른바 '불의한 권력자'를 위한 인테리어와 생활 소품을 만드는 디자인 브랜드 프로젝트로, 특정 분야 제작자·디자이너와 협업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저작권료는 공익을 위해 기부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싱가포르 판화 전문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폭군이 선호할 만한 벽지'가 전시되고 이를 이용한 부채, 우산, 컵, 비누, 엽서 등을 리움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이밖에도 한 마리의 소가 된 시점에서 자기 몸을 내려다보는 모습을 묘사한 '무제', 난폭한 사람의 집에 초대돼 그 사람의 집과 정원을 둘러보며 그의 할머니가 준비하는 식사를 기다리는 상황을 제시하는 '하나의 가정',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난관을 미로 퍼즐에 빗댄 '친숙한 고통' 등이 전시장에 걸린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김범은 1990년대 한국 동시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작가"라며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 만들지만 농담처럼 툭 던진 의미심장한 이미지는 자기성찰의 장을 열어주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부관장은 "김범의 작업은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오래 보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 감상법을 요구하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12월 3일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