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현지 한국계 기업 대상 B2B영업 지난해 수입보험료 전년 대비 68% 성장 한화생명, 현지 진출한 국내 보험사 중 유일 생·손보 보유 KB손보, 자동차보험 중심 'KB시너지'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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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에서 꼬박 7시간 하늘길을 달려 도착한 곳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9월, 이곳의 평균 기온은 30도를 웃도는 건기(乾期)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명을 보유한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세계 최대의 니켈 매장량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세계 최대 섬나라다보니 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의 성장률도 가파르다. 작년말 기준 전체 인구의 78%인 2억1000만명이 인터넷 이용자로 추정됐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GDP성장률은 5.3%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남가 국가 중 코로나19 로 인한 경기 침체 이후 가장 빠른 경기회복세다.
이 나라 인구의 평균 연령은 30세. 젊은 세대들의 모바일 이용량이 많고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이라는 점은 수많은 글로벌 금융사들이 인도네시아의 문을 두드리는 가장 큰 이유다. 이미 국내 금융사들은 동남아 국가를 '제2의 Mother Market(모시장)'으로 선정하고 계열사들과 협업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와 카드사는 10여곳으로, 올해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한국 금융감독원과 현지 금융당국인 OJK(금융감독청)의 인적교류가 이뤄지는 첫 해다. 은행에 비해 보험과 카드사에 대한 규제가 많지만 인도네시아 국민의 소득 수준이 늘고 소비가 더욱 커지면 보험가입이나 파이낸싱 등 금융거래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란 기대는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현지에 진출한 보험·카드사가 이룬 성과와 영업전략을 짚어보고 향후 성장세를 조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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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다/한화생명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민의 87%가 이슬람 종교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선 새벽 4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 다 섯 번, 기도하는 시간을 꼭 갖기 때문이다. 일과시간에는 '기도룸'에 가서 기도한다. 자카르타는 교통 체증이 워낙 심하기도 하지만, 기도시간과 출·퇴근 시간은 그야말로 교통 지옥이다. 기자가 있던 메가 꾸닝안(Mega Kuningan)은 자카르타 남부의 상업지구로, 쇼핑몰과 중국 등 대사관이 모인 곳이다. 이곳에 위치한 롯데몰에는 K-POP 소품을 판매하는 상점과 한국 거리를 방물케하는 음식점들이 있었다. 그랩(Grab)을 이용할 때마다 운전 기사들은 '더글로리'나 'D.P' 등 K-드라마와 K-POP을 얘기했지만 'K-금융'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아직 현지서 K-금융의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이같은 K-금융 불모지에 첫 발을 딛은 곳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는 1994년 자카르타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진출했고 2년 후, 현지 손보사(Tugu Pratama Indonesia)와 공동 출자를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합작법인 삼성투구를 설립했다. 이후 현지 진출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B2B 비지니스 중심 영업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로컬 고객은 24%수준이다. 인도네시아 보험시장이 대기업 소유 보험사나 공기업 자회사 중심의 판매 채널이 지배적이라 외국계 회사가 영향력을 확대하기엔 장벽이 있어서다. 인도네시아 손해보험시장은 작년 말 기준 7조8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현지 손보사는 총 71개에 달한다.
삼성화재 인니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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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삼성화재 인도네시아 법인장(왼쪽 두번째)과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삼성화재
삼성화재의 가장 큰 성과는 2013년 세계적인 보험사 신용평가 전문기관인 A.M.Best로부터 신용등급 A-를 획득한 이후 10년 연속 이를 유지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인도네시아 국가 신용등급(BB+)을 초과한 첫 사례였다고 한다. 작년말 기준 현지법인 자기자본 규모는 3854억 루피아(원화 312억원)로 지급여력(RBC) 비율은 496%에 달한다. 지난해 삼성화재 인니법인의 수입보험료는 5421억 루피아(원화 558억원) 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 이는 코로나 19 이후 기업들의 투자가 늘면서 경제가 회복된 덕분이다. 이병관 삼성화재 인니법인 법인장은 "안정적인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과의 기업보험 영역 확장, 공동인수와 재보험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다"며 포부를 밝혔다.
한화생명은 유일하게 현지에서 생·손보를 모두 보유한 유일한 보험사다. 3월, 한화생명 인니 법인이 한화손보와 리포그룹 산하 리포손해보험(Lippo General Insurance)지분 62.6%(한화생명 인니법인 47.7%, 한화손보 14.9%)를 인수하면서다.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화손보의 지분 인수를 위해 로펌 2곳에 법적 문제 여부를 모두 확인한 후 OJK에 서류를 접수했는데, 10개월이 지나서야 '승인받을 사항이 아니다'라는 답변이 왔기 때문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한화손보 지분은 소수에 불과해 승인받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너무 늦게 받아 서류 제출부터 승인까지 1년이 걸렸다"면서 "OJK 입장에서도 워낙 보험사가 많은 데다가 제한된 인원으로 운영되다보니 이처럼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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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 직원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화생명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손보사 캐롯처럼 자신이 탄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자동차보험이 의무화가 되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화된 지점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모바일 앱만 있어도 보험을 가입하는 형태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약 3000여명의 설계사와 26개의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부업 형태로 보험 영업을 하고 있다. 보험 침투율이 워낙 낮아 전업으로 설계사를 하기엔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이직률도 높은 탓에 나름 '한화문화' 심기에도 나선다. 우수한 팀장을 선별해 한국에 데려가 공부할 기회를 주면서 한화금융그룹의 비전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얘기다.
KB손보 인니 법인은 1997년 설립해 현지 보험사와 합작으로 운영 중이다. 재물보험이 57%, 자동차보험이 22%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사실상 현지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한 유일한 보험사다. 특히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협업을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설립 초기에는 한국계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했으나 앞으로는 로컬 비중을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2~3년내에 로컬 기업과 한국계 기업 비중을 50%씩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손보 인니 법인의 'KB시너지'매출은 2021년 380억 루피아에서 2022년 570억 루피아로 성장했다. 'KB시너지'매출 확대 배경엔 KB금융이 인도네시아를 '제2의 Mother Market'으로 선정해서다. KB라이프와 신용정보를 제외하곤 전 계열사들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해있어 협업이 가능하다. 일례로, KB부코핀이나 KB FMF 등 계열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상품을 판매하면 KB손보가 자동차보험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kb손보 조정래 법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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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KB손보 인도네시아 법인 법인장/KB손보
2018년부터 인니 법인을 이끌고 있는 조정래 법인장은 "인도네시아는 중국보다 유연하고 개방적인 정책과 제도가 있고, 인구 강국으로써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소득이 보장되고 재산을 모으면서 투자 활동이 시작된다면 폭발적으로 보험가입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역별로 최저임금 수준이 다른데 그 중 자카르타가 45만원 수준으로 가장 높은 편이다. 최저임금이 적다보니 인도네시아의 보험침투율은 3%에 불과하다. 보험침투율은 GDP대비 총 보험료 비율을 말하는데 우리나라는 10%가 넘는데 반해 인도네시아는 2~3%에 그친다는 얘기다.
오는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5개 보험사(메리츠화재, 삼성화재, 한화생명·손보, KB손보)가 모여 '한국보험사협회'가 출범된다. 현지 당국에 국내 보험사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초대 협회장으론 조 법인장이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