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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기 위해선 그룹의 맏형격인 은행장을 역임해야 한다는 공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KB금융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KB사태'를 겪은 조직을 수습하기 위해 해결사로 그룹 회장과 은행장에 동시 선임됐지만, 이전에는 은행장 경험이 없었다. 전임자인 임영록 전 회장과 어윤대 전 회장도 은행장 경험이 없었고,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만 우리은행장 경험이 있었다. KB금융 내에서 은행장 커리어는 분명 경쟁력이지만, 절대적인 조건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KB금융 이사회는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9일 압축한 3인의 회장 후보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뒤 최종 후보로 양종희 부회장을 선정했다. 김경호 회추위원장은 "양종희 후보는 윤종규 회장의 뒤를 이어 KB금융의 새로운 미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갈 역량 있는 CEO 후보"라며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고 밝혔다.
차기 회장으로 양 부회장이 내정되자, 일각에서는 이변이라는 시각을 내놨다. 은행장 3연임을 한 허인 부회장이 경쟁에 앞서 있다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KB금융의 특수성과 양 부회장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인물이 됐다"는 평가도 많다. KB금융은 2008년 지주 출범 이후 윤 회장까지 4명의 그룹 회장을 배출했지만,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은행장 커리어 없이 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게다가 경쟁자인 허 부회장의 경우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코핀은행 인수는 허 부회장이 은행장 시절 글로벌부문 강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M&A다. 하지만 부코핀은행은 정상화에 시간이 거리면서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대규모 손실이 지속됐고, 그룹의 재무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차기 회장에 내정된 양 부회장은 그룹 내 핵심 재무통이자 전략통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 과정을 주도하며 그룹 비은행부문을 강화한 점 역시 그의 경쟁력이다. 또 5년간 KB손보 사령탑을 맡아 상위 손보사로 올려놓으며 충분한 경영능력을 증명했다.
2021년엔 10년만에 다시 만들어진 그룹 부회장직에 가장 먼저 올라 허인 부회장 등 경쟁자보다 먼저 그룹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2021년 보험부문과 글로벌부문을 총괄했고, 지난해엔 디지털부문과 IT부문을, 올해는 개인고객부문장과 WM/연금부문장, SME부문장을 맡으며 그룹 전 비즈니스 영역에 대해 인사이트를 키워왔다. 양 부회장은 "후보자 신분이지만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KB금융이 시장과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금융산업의 스탠다드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