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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남아공전보다 졸전, 축구협회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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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기자

승인 : 2026. 08. 03.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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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보 증명사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 당시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됐다"는 응답은 73%에 달했다. 그만큼 월드컵은 온 국민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대회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KFA) 청문회를 지켜보며 정치부 기자로서, 또 축구팬으로서 두 배의 실망감을 느꼈다.

북중미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은 32강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 앞으로의 4년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규명해야 한다. 청문회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국회에서는 남아공전 90분보다 더 한숨 나오는 졸전이 반복됐다.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는 청문회 확정 사흘 전 캄보디아 구단 테크니컬 디렉터 부임을 발표했다. 해외 취업을 이유로 국내 소환을 피하면서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의 전말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빠진 채 청문회가 시작됐다.

더 큰 문제는 국회가 출석한 축구협회 관계자들에게조차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 도중 정몽규 전 회장에게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정 전 회장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감시해야 할 사람이 감시 대상에게 사과한 셈이다.

문자 속 '정 선배'가 정진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냐는 질문에 정 전 회장은 답변을 피하다가 "학부는 같지만 학번은 선배"라며 사실상 시인했다. 정 전 실장은 윤 의원 지역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의 전임 의원이기도 하다. 단순한 개인적 친분이라는 해명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연결고리다.

질의 과정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남아공전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당시 이강인 선수가 김진규 코치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담긴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이재성이 형이 지금 들어와야 한다"는 자막이 달려 있었다.

최 의원은 이를 손흥민을 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며 홍명보 감독의 보복성 선수 기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미 출전한 상태였다. 김 코치의 답변을 통해 이강인이 요청한 선수도 이재성이 아닌 조규성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질문의 전제도, 영상 자막도 틀렸던 셈이다.

핵심 증인은 빠졌고, 남은 증인들에게는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질문과 호통이 이어졌다. 협회도 국회도, 여당도 야당도 각기 다른 이유로 낙제점을 받은 청문회였다.

한국리서치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같은 조사를 진행했다.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낀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고 한다.

국회는 불출석 증인들을 국정감사에서 다시 부르겠다고 경고했다. 답할 사람이 일부 빠졌다면 출석한 인물들에게라도 제대로 물어야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핵심 쟁점을 파고드는 것이 청문회의 기본이다.

다음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이 부디 제대로 준비하기를 바란다. 지난 청문회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면 국민은 또 실망할 것이다.
심준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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