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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8주년] 남중국해서 암초 만난 아세안號…10단선 업은 중국몽에 표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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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3. 11. 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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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SOUTH CHINA SEA DISPUTE <YONHAP NO-3216> (EPA)
필리핀 군 당국이 공개한 동영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에서 중국 해경 함정이 필리핀군 보급선과 충돌하는 장면이 담겼다/EPA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 기지로 향하던 필리핀 물품 보급선과 중국 해안 경비대 선박이 충돌했다. 충돌 위기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중국 함정의 선미가 필리핀 보급선 후미에 스치듯 부딪혔다. 지난 8월, 암초 기지에 보급품을 전달하려던 필리핀 해경선에 중국 해경이 물대포를 발사한지 두 달만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30~31일에도 양국은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을 두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중국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지난달 필리핀 해군 선박이 중국 영토에 허락 없이 황옌다오(黃岩島·스카버러 암초의 중국명) 인근 해역에 불법으로 침입해 해군과 공군을 동원했다"고 밝혔고 다음날 필리핀은 국가안보 자문관 성명으로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의 정기적인 순찰로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없었다. 해당 해역은 필리핀의 영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 8월 새롭게 공개한 '2023년 표준지도'에서 남중국해 부분에 U자 형태로 10개의 선(10단선)을 그었다. 대만과 필리핀·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브루나이 등 동남아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남중국해 상에서 기존 9단선에서 더 나아가 대만 동부 해역에 새로운 선을 하나 더 그었다. 사실상 남중국해 전역을 자신의 영해라 여기는 셈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워 공세를 펼치는 중국 앞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표류하고 있다. 중국이 '10단선'을 내세운 이후 지난 9월 초에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선 의장국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문제를 의제로 올리지 않았고 중국을 향한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없었다. 영미권 언론들은 "2012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서 의장국 캄보디아가 '남중국해 행동준칙(COC)' 초안 작성을 반대해 45년 만에 처음으로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공동선언문을 발표하지 못한 이래 아세안의 분열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세안이 집단으로 중국에 맞서지 못하는 이유는 회원국 간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남중국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현재는 군부 쿠데타로 아세안에서 배제)는 중국과 가깝다. 분쟁 당사자인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도 외교 성명을 통해선 중국을 비판하지만 'G2 강한이웃'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실리를 추구하는 모양새다. 새 정부 들어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 가까운 필리핀이 가장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모두 중국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실질적인 수단은 사실상 없다.

정상회의에서 중지를 모으진 못했지만 아세안은 지난 9월 19~23일 사상 첫 합동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미국·중국과 1년씩 번갈아 합동 해상 훈련을 실시하거나 특정 국가와 개별 훈련을 실시하던 아세안이 창설 이후 56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한 합동 훈련에 중국을 견제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아세안은 "합동 해상 순찰, 재난 구호 등 비전투적인 분야에 초점을 맞춘 훈련"이라며 군사동맹 구축 시도에 대한 의혹에 선을 그었다.

남중국해는 아세안 회원국들은 물론 역내 우위를 차지하려는 미국과 중국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곳이다. 미국과 가까운 필리핀이 지난달 미국·일본과 함께 남중국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했고 중국도 군대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 문제와 함께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적지근한 대응에 아세안의 실효성과 영향력에 대한 의구심도 커져가고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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