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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제 중심의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이번 총선에서 약 1억2800만명의 유권자들이 임기 5년의 하원의원 266명을 직접 선출한다. 또 펀자브주(州)를 비롯한 4개 주의회 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이후 하원에서 의원투표를 통해 총리를 선출하고 새 총리가 연방정부를 꾸릴 내각 장관들을 선출한다.
인구 2억4100만명의 파키스탄은 수십 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국내 정치적 갈등,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의 증가와 인도·아프가니스탄·이란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7월 IMF로부터 30억 달러(3조9813억원)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 승인으로 국가부도 사태를 간신히 모면했다. IMF의 구제금융 지원은 다음달 종료되는데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개혁으로 인한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만큼 총선 이후 꾸려질 새 정부가 IMF와 신속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경제를 다시 살려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이다.
이에 더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정권을 되찾은 이후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조직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11월 파키스탄이 '안보상의 이유'로 자국 내 미등록 아프간인 수십만 명을 추방하며 아프가니스탄·탈레반과 전례없는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란과 파키스탄이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상호 공습을 펼치기도 해 이웃국가들과의 관계도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는 해당 이슈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워싱턴 허드슨 연구소의 후사인 하카니 전(前) 주미 파키스탄 대사는 "이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고 인물이 지배한 선거 캠페인"이라 평했다. 최근 부패·국가기밀 누설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고 선거 출마 금지와 함께 수감된 임란 칸 전 총리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반발이 커지며 파키스탄은 극심한 여론 분열을 겪고 있다.
칸 전 총리의 정당인 파키스탄 정의운동당(PTI)은 칸 전 총리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의 출마와 문맹인 유권자가 많아 투표 용지에 그려질 정당 상징(그림) 사용도 금지 당하는 고초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소속 출마에 나선 정치인들도 있다.
오랜 기간 파키스탄의 정치를 좌지우지해 온 군부는 이번 선거에서 샤리프 전 총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속한 정당은 선거 운동 종료 몇 시간 전에 주요 신문 1면에 전면 광고를 게재하며 샤리프를 다음 총리로 내세우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 총리였던 베나지르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전 대통령의 아들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인민당(PPP) 대표도 최연소 출마자(35세)로 총리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샤리프 전 총리가 유리할 것이란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한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한 IMF 구제금융 연장 등의 문제를 신속히 다루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주요 총리 후보들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지 매체 돈(DAWN)은 사설을 통해 "권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세 명의 주요 경쟁자(칸·샤리프·자르다리)가 각자 출마 선언문에 명시한 경제 프로그램은 어려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 가능한 장단기 전략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들은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확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