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티몬과 위메프의 부실한 운영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 기업은 큐텐그룹 편입 후 재무 담당 부서를 상실, 현 사태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티몬 재무 관리를 큐텐 계열사가"…자본잠식 속 사업 확대한 티메프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의 모회사인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기술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했다. 이후 그해 6월 큐텐은 티몬의 개발과 재무 기능까지 흡수했다. 위메프 역시 인수합병 직후 개발 및 재무파트를 큐텐이 흡수 통합하며 지난해부터 양사의 주요 부서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여기에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에 매달 판매 건수 목표량을 제시하며 이커머스 시장 내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해당 수치 충족 여부에 조직 인사고과가 평가됐으며 성과급도 책정되자 '역마진'에 가까운 판촉 마케팅을 실시할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날 류광진 티몬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그룹 내 큐텐테크놀로지란 회사가 국내 티몬의 재무를 관리했다"며 "티몬에는 재무 조직이 없다"고 밝혔다.
회사의 재무 관리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이 같은 모기업의 압박 속 양사의 재무 상태는 악화됐다. 티몬의 경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2022년 기준 자본총계는 63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1527억원의 영업손실을 안고 있었다. 지난해 위메프의 자본총계 역시 2441억원의 잠식 상태였으며 1025억원의 영업손실을 지니고 있었다.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의 재무 상태 악화에도 무리수를 던진 데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가 목표로 내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함으로 풀이된다.
큐익스프레스의 최대주주인 큐텐은 산하에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큐텐코리아와 함께 위메프 지분 72.2%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 큐익스프레스는 티몬과 위메프의 물류를 맡고 있었기에 해당 플랫폼 내 판매량 증가는 자연스레 회사의 매출 확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해당 사업 구조로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무리한 운영으로 큐익스프레스의 가치를 제고하려 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큐익스프레스 상장 실패의 여파가 두 회사의 기업회생절차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이날 이들 기업은 사건을 배당받은 회생2부로부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았다.
보전처분은 회사가 임의로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 편파적으로 변제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이며,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개시 전에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조치다.
해당 명령으로 진행 중이었던 피해 소비자 대상의 환불과 판매자에 대한 미정산액 지급도 멈추게 됐다.
티메프 사태에서 비롯된 피해가 이어지자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과 그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대규모 집단행동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들은 환불 절차가 개선되지 않으면 금융위원회가 있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이커머스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이라며 "이 같은 불신에 업계의 잠재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법'의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시장 소비자들은 쿠팡이나 네이버 등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쌓인 플랫폼으로의 선택을 선호하게 돼 시장의 양극화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주요 온라인 커머스 기업 중 규모와 인지도에 비해 자본 상태가 불안한 곳도 존재하고 있어 유사 사례 재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22일 만에 나타난 구영배 큐텐 대표 "인터파크커머스·AK몰, 정산 지연 가능성"
한편 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일 위메프 판매자 정산 지연으로 시작된 사태 발생 이후 22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이다. 이날 구 대표는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 정도가 있으나 당장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보유 중인 큐텐의 지분을 비롯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놓아서라도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피해금액에 대해서는 "정확한 추산이 힘들다"고 답했다.
다른 이커머스 계열사의 정산 지연 가능성도 제기됐다. "인터파크커머스와 AK몰도 정산을 못 하거나 정산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구 대표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