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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요즘] 구본무의 따뜻한 유산 ‘LG의인상’ 발표가 요새 뜸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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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4. 10. 14. 14:03

올해 2월 이후 LG의인상 수상자 선정 소식 '뚝'
LG복지재단 차원 발표 및 홍보 활동도 중단돼
구연경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무관치 않은 듯
구연경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제 기증식'에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왼쪽)가 어린이에게 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출처./LG
'화마(火魔) 속으로 뛰어들어 인명을 구조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데 반평생을 바친 사람들…'.
세상엔 의인(義人)과 선인(善人)이 참 많습니다. 그들이 행하는 따뜻한 선행과 의로운 스토리에서 '아직 세상은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숨은 의인과 선인들을 세상에 알리고,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착한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LG그룹입니다. 정확히는 LG복지재단이 제정해 운영 중인 'LG 의인상'입니다.

◇故 구본무 회장 제안으로 만든 LG의인상
LG의인상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상입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15년 경기 의정부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밧줄을 이용해 탈출하지 못한 이웃 10명을 혼자서 구해낸 한 시민의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구 회장은 그 시민에게 개인적으로 사례를 하려 했으나, 극구 사양하는 통에 감사의 뜻을 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구본무 회장은 이 일을 계기로 타인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은 의인들을 공식적으로 포상하자는 취지로 LG의인상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LG의인상 사업은 LG복지재단이 맡아 진행하면서 LG그룹의 대표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2015년 시작해 햇수로 벌써 10년이 됩니다. 사실 이 상(LG의인상)에는 LG가의 경영철학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구본무 회장의 경영 철학이자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내려오는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철학입니다. 일례로 LG그룹에는 구인회 회장 시절부터 의로운 사람에게 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전통이 있었다고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 백산 안희제 선생 등을 도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한 것이 시초입니다. 대를 이어져 내려오는 이 철학이 LG의 기업 문화로 이어졌고, LG의인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게 LG 측의 설명입니다.

◇ 10년간 220명 수상…그런데 올해는?
다시 LG의인상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LG복지재단은 2015년 9월 첫 의인상을 수여한 이후 매년 20~30명의 '의인'과 '선인'들을 찾아 감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LG의인상을 받은 이는 220명이 넘어섭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 3명 수여를 시작으로 2016년 25명, 2017년 30명, 2018년 32명, 2019년 28명, 2020년 21명, 2021년 31명, 2022년 19명, 2023년 28명 등 지난해까지 9년간 217명의 의인에게 상이 수여됐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LG의인상 소식이 뜸합니다.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LG복지재단 측은 의인상 수상자 발표나 홍보 자료를 별도로 내지 않고 있습니다. 매월 혹은 분기별로 우리 주변의 의인에 대한 미담을 적극적으로 알려왔던 그간의 활동과 사뭇 다른 행보입니다. LG의인상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오른쪽)  출처 경기도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이사(오른쪽)./경기도
사실 LG의인상이 수상자 선정을 멈춘 건 아닙니다. 다만, 작년까지 매년 20~30명을 수여하던 시상규모가 올해는 10명 정도로 줄었습니다. 게다가 의인상 선정이나 수상자에 대한 홍보 활동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재단을 통해 수상자 발표가 공식적으로 이뤄졌고, 각종 언론 매체에서 그 소식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LG 복지재단은 올해 2월을 마지막으로 의인상 수상자 발표 및 홍보 자료를 별도로 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LG의인상 수상 소식은 지역 매체를 통해서만 간간히 전해지고 있을 정도입니다.

지난달에는 충청북도 괴산에서 수목 관리사로 일하는 이용규 씨가 LG의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용규 씨는 괴산 청천면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위험에 처한 여자아이를 맨몸으로 구조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도 지역 언론에만 조용히 보도됐을 뿐 이전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용규 씨 외에도 '조용한 수상'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5명의 의인상의 수여가 더 있었습니다. 소방장비가 없는 상황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조한 고준규·김상근 소방교, 제주도에서 37년간 봉사활동 등 선행을 실천해온 김영순 씨, 한올간병봉사회 변명호 회장, 30년 넘게 한센인을 위한 주치의로 활동 중인 김명철 한의사 등 입니다.

◇'조용한 시상' 이유는 구연경 이슈 탓?
LG복지재단이 LG의인상 선정 소식을 외부에 적극 알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고보면 복잡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이는 구본무 회장의 장녀이자 LG복지재단을 맡고 있는 구연경 대표(이사장) 때문입니다 .

구연경 대표는 구광모 LG 회장을 상대로 상속분쟁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과는 별개로 최근 구연경 대표는 남편 윤관 씨와 연루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코스닥 상장사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중 혐의점이 발견되었고, 지금은 검찰 수사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식을 부정거래한 사실이 명확하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자본시장법 제174조 등을 위반한 범법행위에 해당됩니다. 더구나 구연경 대표는 주식 부정 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취득한 해당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고 시도한 게 드러났습니다. 이를 두고 안팍에서는 LG 복지재단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올 들어 LG의인상 선정 및 홍보가 뜸한 건 이 때문입니다. 구연경 대표를 둘러싼 부정적인 이슈가 LG의인상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홍보하는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구연경 대표가 스스로 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기도 합니다. 그를 둘러싼 법적 문제와 도덕적 흠결이 재단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연경 대표가 물러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LG복지재단 이사장의 임명과 해임은 지방자치단체(경기도) 소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구연경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더라도,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거취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검찰수사로 넘어간 주식 부정거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임원 결격 사유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현행 사회복지사업법은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이 면제된 날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을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현재로서는 구연경 대표가 장기간의 싸움이 될 검찰 수사와 재판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구연경 대표의 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은 의로운 사람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선행이 우리 사회에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랐습니다. LG의인상이 예전처럼 우리 이웃의 미담을 적극적으로 세상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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