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키워드 '비움과 채움' 철학
임원에 상담원 체험 등 현장 경험 주문
카드업계 성장 한계에 변화·혁신 강조
신용리스크 증가 등은 위험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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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신한카드 임원들은 콜센터에서 '1일 상담원 체험'에 나섰다. 본부에서 근무하는 임원들이 고객들의 불편 사항을 직접 듣고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판단한 박창훈 사장이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임원이 직접 신용카드를 새롭게 발급받는 고객에게 카드를 배송하기도 했다. 이번 달에는 임원과 부서장들이 가맹점을 대상으로 무이자할부 정책 변동을 알리는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1월 박창훈 사장이 취임한 후 신한카드에 생긴 변화의 일부다. 직접 현장을 경험해 봐야 고객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박 사장의 철학은 임원들을 현장으로 향하게 했다. 박 사장이 올해 경영 전략 키워드로 제시한 '비움과 채움'의 일환이기도 하다. 고객의 불편 요소를 덜어내고 고객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비효율적인 영역은 정비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방향성이다. 특히 박 사장은 취임 이후 '기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는데, 카드사의 기반인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박 사장이 비움과 채움, 기본을 강조하는 건 카드업계가 성장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카드는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 자리에서 밀리는 등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였다. 올해는 내수 부진 등으로 신용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만큼 박 사장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 3월부터 콜센터, 고객, 가맹점 등 매월 각종 테마로 임원, 부서장들이 현장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10여년 전에도 신한카드 임원들이 1일 상담원 체험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1일 상담원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지 않았다.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10년 만에 해당 프로그램이 부활한 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박 사장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박 사장은 "그동안 우리가 놓쳐왔던 기본을 되찾는 데 집중했다. 임직원 모두가 금융인으로서 한마음, 한뜻으로 기본을 지켜준 덕분에 회사도 긴장감을 갖고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박 사장은 업의 본질을 강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봤다. 특히 이 기본이 신한카드를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사장이 기본을 강조하는 건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1347억원으로 전년 동기(1851억원) 대비 26.7%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등이 늘어난 여파지만, 순이익 감소에 대한 위기감은 크다. 단순히 신한카드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카드업계가 놓인 위기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내수 부진으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판매업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렵고 신성장동력 발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사장이 성장보다는 '생존과 미래준비를 위한 혁신'을 올해의 중요한 화두로 꼽는 배경이다.
혁신의 일환으로 신한카드는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고 있다. 박 사장 주재로 매월 첫 번째 토요일에 임원 회의가 진행되는데, 박 사장은 임원들에게 영업 현장에서의 치열함을 주문하는 등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직편제에 대한 스터디도 진행 중이다.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뤄질 조직개편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배경이다.
내수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위험 요인이다. 박 사장 역시 과거와 같은 수준의 내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위험요인으로 꼽는 부분은 '경기불황 지속에 따른 신용리스크 증가'다. 정치적 변수, 민간소비 부진으로 취약 차주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올해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3단계가 본격 시행되면 대출 가뭄이 본격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시행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채권 회수에 대한 어려움도 커졌다. 올해 1분기 카드사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고등도 켜진 상태다.
이에 신한카드는 채권 분석을 정교화하고 취약차주 관련 자체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다. 채권추심 관리를 전문화해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카드론 부실 우려와 관련해서는 카드론 총량 증가 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주요 건전성 지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수익성 악화 우려 속에서 신성장동략 발굴에 대한 의지도 강하다. 박 사장은 취임하면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신한카드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생존과 성장의 본질적 지향점이다. 신한카드는 데이터 비즈니스와 수수료(Fee) 비즈니스 강화를 통해 수익성 악화 극복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디지털 생태계의 다양한 플레이어와 파트너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 사장은 "본업을 가장 잘하는 카드사가 고객과 시장의 선택을 받고 이는 카드업이 직면한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