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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공존하는 ‘국가유산 경관개선’ 사업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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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05. 22. 11:59

태안 안흥진성·완도 청해진 등 5곳, 20억원 투입해 경관개선
국가유산청 "주민들이 유적과 함께 살아갈 터전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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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이 기존의 '문화재 우선' 정책에서 벗어나 '주민과의 공존'을 목표로 하는 '국가유산 경관개선 지원 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추진한다. 문화재 지정구역 내 주민들을 이주시키던 기존 방식 대신, 주민들이 국가유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유산청은 22일 '국가유산 경관개선 지원 사업' 대상지로 충남 태안 안흥진성, 전남 나주읍성, 전북 남원읍성, 전남 완도 청해진 유적, 경북 예천 회룡포 등 5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국비 20억원을 투입해 이들 지역의 경관개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 사업은 국가유산 지정구역 안이나 지정구역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외관을 정비하고, 담장과 보행로 등 생활 기반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존에는 사적을 지정하면 사적 안에 사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빼내고 정비하는 방식이었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그 공간 안에 살면서 유적도 함께 보호되고 정비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안 안흥진성의 경우, 주 진입로인 서문 앞에 방치돼 있던 간이 화장실과 관광안내소를 철거한 뒤 통합 관광안내소와 사랑모임관을 새로 조성한다. 탐방객 증가에 따른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점별로 소규모 주차장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조선시대 읍성의 전형적인 구조를 보여주는 남원읍성은 의총역사공원 정비를 위한 역사·지리적 근거 확보를 위해 시·발굴조사를 먼저 진행한다. 완도 청해진 유적에서는 장좌리 마을 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도로 정비와 함께 마을 전통이 서린 장군샘 주변 개선 작업이 이뤄진다.

이 정책관은 이번 정책 전환의 의미를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방식에서 공존의 방식으로 포커스를 바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적지에 주민들이 살아가다 보면 결국 그 사람들이 유적을 지키고 살아가게 된다"며 "새로운 우군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1. 대릉원 주변 황리단길 전경
대릉원 주변 황리단길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2015년부터 약 10년간 경주·부여·공주·익산 등 4개 고도에 약 719억원을 투입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의 성과도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한옥, 담장, 대문 등 생활 공간과 가로 경관, 역사문화환경 등 총 858건이 정비됐다.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경주 황남동 일대 '황리단길'이 꼽힌다. 과거 점집과 술집들이 밀집했던 이곳이 전통과 현대 감성이 공존하는 카페, 찻집, 공방이 모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공주 제민천 역시 개축·보수를 통해 쇠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국가유산청은 올해 9월까지 사업 성과를 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 시행 이후 관광객 유입 변화, 체류시간, 관광 지출 등 관광 산업 파급효과와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경제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관은 "고도의 고풍스러움과 현대의 생활이 공존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가유산을 보존·보호하는 길이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국가유산 주변 규제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을 개정·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지자체가 주민지원 사업 계획을 효율적으로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있다.

이 정책관은 "국가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들이 국가유산 곁에서 함께 살아가고 지키는 주체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며 "유산 중심에서 유산과 사람이 함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 공주 송산마을 이미지찾기사업 시행 후
공주 송산마을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 시행 후 모습. /국가유산청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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