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 규제 완화"
'정치인 대상 무고죄' 엄격 적용 제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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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후보들 간 고발전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른바 '커피 원가 120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후보가 지난 16일 한 유세장에서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계곡 정비사업을 설명하면서 "커피 원가가 120원인데, 너무 비싸게 판다"고 발언했고, 이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수많은 자영업자를 울린 발언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에 민주당은 이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발언 진의를 왜곡했다며 김 비대위원장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고, 국민의힘도 이 후보를 같은 혐의와 무고로 맞고발했다.
이처럼 각 진영들이 상대 후보의 유세 발언이나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에 고발했거나 고발할 뜻을 밝힌 사례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달 12일부터 최소 1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자에 곶감 상자를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을 포함해 민주화운동 보상금 10억원 기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매수 의혹 등으로 김 후보 등을 적어도 일곱 차례 고발했다. 국민의힘도 비슷한 취지로 이 후보 등을 세 차례 고발했다.
당장 법조계에선 정치의 사법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심한 진영 갈등을 겪고 있는 정치권이 대화와 협의 등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점점 수사기관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대선은 진영 갈등이 유독 극심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진영 간의 상호 불신과 이에 따른 고소·고발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사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 불안정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권이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사법부로 가져와서 판단을 받으려 한다"며 "정치의 사법화를 개혁하자는 그간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체계가 정치권의 고소·고발을 되레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직선거법이 선거 부정을 방지하는데 방점을 둬야 하지만 후보의 선거운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일부 법조계의 판단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 사실을 공표하면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을 어디까지 볼지 이를 판단하는 기준이 불명확해 논란이 있어왔다. 선거운동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대선의 경우 선거운동 영역을 더 폭넓게 인정해줘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어머니가 유세를 참관한 어린이에게 떡을 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두경고를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선거권이 없는 어린 아이에게 주는 행위마저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성우 교수도 "정치인에게 좀 더 표현의 자유를 줄 필요가 있다"며 "난무하는 고발을 막기 위해서는 차라리 정치인에 대한 무고죄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