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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현대홈쇼핑, 중간지주사로 전환…독자노선 포석 쌓는 형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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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06. 03. 06:00

지난달 공정위서 요건 충족 통지
자회사·손자회사 4곳 지배권 행사
업계, 현대百 계열분리 염두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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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이 중간지주사 체제를 만든다.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인 현대홈쇼핑을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방식이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14년 만에 대표이사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하며 '형제회장' 체제를 열었던 곳이다. 현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마지막 능선인 증손회사 현대바이오랜드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키도 쥐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계열사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전환 신고 심사를 신청했고 요건이 충족됐다는 통지를 공정위로부터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자회사로 중간지주회사가 된다.

현대홈쇼핑은 이번 심사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요건에 충족했다. 관련 시행령에는 지주회사의 현재 기준 자산총액이 5000억원을 넘어야 하고, 보유한 자회사의 주식 장부가액의 합계가 지주사의 자산총액의 50%가 넘어야 한다. 현대홈쇼핑의 1분기 말 기준 자산총액은 1조8728억원으로 자산총액 요건에 충족했고, 자산총액 대비 자회사 주식 장부가액 비율도 51.37%가 돼, 관련 요건도 달성했다.

중간지주사는 기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사업자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사를 말한다. 현대홈쇼핑은 중간지주사로서 자회사·손자회사 4곳의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룹 내 별도의 '소그룹'이 만들어진 셈이다. 자회사는 현대엘앤씨, 한섬, 현대퓨처넷 3개사이며 손자회사는 현대바이오랜드 1개사다. 현대홈쇼핑은 현대엘엔씨 지분 100%, 한섬 지분 40.50%, 현대퓨처넷 지분 78.55%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바이오랜드는 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지분 35%를 보유하며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중간지주사 요건 충족이 그룹 경영 방향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별도의 중간 지주 역할을 위한 사업, 조직 개편은 없을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 현대홈쇼핑을 비롯해 여러 자회사들의 공개 매입 등 지분 거래가 오가면서 지분율의 변동에 따른 요건이 충족됐을 뿐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번 중간지주사 승인이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형제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의 향후 계열 분리를 염두한 조치가 아니냔 시각이 나온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22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할 당시 현대백화점홀딩스와 현대지에프홀딩스 등 두 개의 지주사를 설립하려 했을 때도 형제간 계열분리설이 나돈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당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부터 마무리지어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려면 손자회사인 현대퓨처넷이 현재 35% 지분을 보유한 증손회사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해당 사안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2027년까지 유예를 승인받은 상태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현대홈쇼핑이 현대바이오랜드 지분을 직접 매수해 손자회사로 올려놓는 방법이다. 현대바이오랜드가 상장사인 만큼 30%의 지분만 확보하면 된다. 2일 종가 기준 약 432억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현대홈쇼핑이 현대퓨처넷 지분을 추가 확보한 후 상장폐지, 합병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오지만 이 경우 756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 가능성은 낮다.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지주사 요건이 충족되면 계열분리 작업은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교선 부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이 29.14%로, 2대 주주인 만큼 계열분리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자회사 지분을 보유·관리하는 순수 지주회사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개별적인 사업영역과의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경영의 유일한 컨트롤타워로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투자, 리스크 관리, 신사업 및 인수합병(M&A) 추진 등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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