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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과 미국의 정제설비 폐쇄가 본격화되고 있다. 영국 페트로이네오스의 그레인지 머스 설비(일산 15만 배럴)는 이미 문을 닫았고, 쉘(Shell)·브리티시페트롤륨(BP), 독일 주요 정제시설도 일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체 유럽 정제능력의 약 3%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역시 라이온델바젤과 필립스66, 발레로에너지 등의 설비 폐쇄가 예정돼있다. 이로 인해 미국 등·경유 재고는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이다. 정제능력 축소에 따라 아시아의 미국향 수출은 늘고 있다. 특히 미국 서부 정제시설 일부가 영구 폐쇄되면서 아시아산 항공유 수출이 5월 들어 1년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선박 추적 데이터 등을 통해 추산한 결과 한국에서 생산된 항공유 대미 수출량은 428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여름 여행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향후 수출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도 완화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와 시노펙 등 중국 국영 정유사의 처리량, 생산량이 올해 들어 전년 대비 최대 6%까지 줄고 있어서다. 러시아·이란산 저가 원유 도입 효과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우디는 재정 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원유 감산 완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지난달 회의에서 7월부터 하루 41만4000배럴 증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정유사의 원가부담에 영향을 주는 사우디 공식판매가격(OSP)도 배럴당 0.95달러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최근 6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제마진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가는 하락하지만 수요가 높은 탓에 제품 가격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말 정제마진은 8달러, 이달 초에는 9.5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원화도 강세를 나타내면서 안정적인 마진 유지가 전망된다. 우리 정유업계가 원유 전체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약달러 기조 속 원화 강세가 이어지며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설비 축소, 중국 감산, 사우디 감산 완화 등 글로벌 정유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국내 정유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