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대미 투자 활발…경영권 리스크 넘어 에너지 독립 앞장선다

'해저 자원개발' 상장사 TMC에 8500만 달러
FEOC 규제 등 원료 확보 리스크 최소화 첫 투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말 온산제련소 내 안티모니 공장을 방문해 생산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휴전에 돌입한 고려아연이 본격적인 광물 수출과 미국 상장사 투자 등 글로벌 전략 강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1년간 경영권 분쟁에 전력투구했던 고려아연은 이제 글로벌 종합 메탈기업으로서 영역을 확장하고 신사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전략광물과 희토류 수출 통제 등 각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투자하는 등 유망한 자원 공급처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17일 고려아연은 미국 나스닥 상장사 TMC 지분 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TMC는 해저 자원개발 기업으로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두고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다. 계약 전 마지막 날 종가 기준으로 약 8500만 달러(약 1165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으며, 향후 TMC의 시장 가치와 성장성이 확인될 경우 일정 가격에서 주식을 추가 매입할 권리까지 계약 조건에 반영했다.

TMC는 심해에서 니켈과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광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전기차, 재생에너지,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을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향후 TMC가 채취한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사업적 연계와 협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양사는 미국 내 시설 투자 등 추가적인 협력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자원 독점화를 저지하고 자원 안보를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TMC는 연내에 채광 허가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의 공급망 자립화 노력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TMC에 대한 지분 투자는 한미 간 자원 안보 협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대한민국 정부의 대미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미국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이차전지 소재 핵심 광물 공급망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시도 중이다. 이번 투자로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이번 투자는 미국 정부의 '외국 우려기업'(FEOC) 지정과 세제 혜택 배제 등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의 공급망 자립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할 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려아연 경영진은 "미국 내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제련능력 확충이 특히 중요하다"면서 "고려아연과 TMC의 새로운 파트너십은 미국 내 기업과 소비자에 독립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독보적 니켈 공급망 플랫폼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고, 고려아연의 미국 내 입지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