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2주 만에 코스피 지수는 12%가량 급등하며 3000선을 회복했다. 3년 6개월 만이다. 시가총액도 2472조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중동 리스크 심화 등 악재 속에서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 정권교체로 해소가 되면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 대통령의 전망대로 이뤄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중장기적으로 코스피 5000포인트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는데, 취임 직후인 지난 10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는 등 강력한 실천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새 정부 초기 허니문랠리에 멈추지 않고 선진화된 자본시장 기틀을 만들어 가기 위해선 우리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가조작과 불공정거래 등 시장왜곡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일명 라덕연 사태) 등 주가조작과 무분별한 물적분할·상장 및 유상증자 등 일반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불공정거래로 인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주식시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도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시장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주가조작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신뢰를 되찾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가 내놓은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 '대한민국 진짜성장을 위한 전략'에는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공정한 자본시장'을 꼽고 있다. 국정위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선 주가조작과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신속한 조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중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고질적인 병폐인 중복상장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만연하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주가조작 불공정 거래에 대해선 처벌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처벌 수위는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외국 사례처럼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 및 징벌적 제재 강화를 병행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주가조작을 통해 얻은 이익을 전액 환수하는 것은 물론 최대 5배까지 추징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범죄 예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처벌 수위를 현실화해야 한다면서도 수사구조의 독립성을 갖춰야 불공정거래를 근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현재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자본시장 범죄를 인지하더라도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승인 없이는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며 "자본시장에서 위법사실을 인지하면 조사와 수사가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특사경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불투명성을 해소하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장감시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홍콩 등 금융 선진국들은 기업 주요 임원의 전과 이력을 공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일본과 영국은 자본시장 범죄에 대해선 자격정지형까지도 공시하고 있다"며 "우리도 시장 건전성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임원전과 공시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이 미래 비전 등을 투자자들과 공유해야 경영진에 신뢰를 보내고, 단기 투자가 아닌 중장기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기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기 차익 실현 위주의 투자 행태가 고착화됐다"며 "해외 주요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로드쇼나 투자자 설명회 등을 통해 기업 전략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가조작과 내부자 거래와 같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선 수사 역량과 처벌수위를 높이고 형사적 제재도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 체질개선과 기업성장, 국민의 자산 증식을 뒷받침한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갈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여건 개선과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임원 선임 제한 등 공정시장 확립을 위한 조직 강화 등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