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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쟁력, 에너지가 관건…“인프라 구조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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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5. 07. 04. 17:08

제2회 국회 미래산업포럼
산업경쟁력 강화 초점 맞춘 에너지 정책 강구
"민간에 시장 열어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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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제2회 국회미래산업포럼'이 열렸다. /이지선 기자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기후 위기, AI 활용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에너지 안보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출범한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도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해상풍력발전을 활용한 전력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관련 사업 확대에 이목이 집중된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2회 국회미래산업포럼'이 열렸다. 포럼은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장, 이대연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실장의 발제 이후, 국회와 정부·학계·산업계·시민단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 우선순위는 '전력망'
정훈 팀장은 발제에서 "정부 주도의 전력 산업 운영과 잦은 정책 변경으로 시장 기능 약화와 정책 신뢰 훼손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제 기존의 에너지 믹스와 요금 문제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던 협소한 틀의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전력 수급 계획을 불확실성을 반영한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의 시장 전망 방식으로 전환하고, 에너지 공기업의 역할 재조정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 정책 전략 목표와 연계한 에너지 신기술의 초기 시장 수요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망 개방과 데이터 공유 확대, 전력 신기술 테스트 구축 등과 실증 지원 등을 통해 벤처 기업을 육성하고 신산업,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대연 실장은 산업계와 학계, 공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의 전력망 관련 정책 과제 우선순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언했다. 이 실장은 "전력사업 구조개편에 대한 중요성을 전반적인 집단에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산업계는 특히 안정적 공급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력망 설비 및 운영 관련 문제 해결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이와 함께 전력산업 거버넌스 개편 논의를 지속하고 전력시장 구조 개선과 경쟁 촉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산업계 등 "규제 유연화 필요성 공감"
이어진 토론은 정승일 전 산업부 차관이 좌장으로 나섰다. 토론에서는 전력망 확충과 에너지 거버넌스 개편, 전기요금 제도 개선, 전기화·분산화 전략 등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기존 중앙집중형 정책으로는 에너지 수요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민간 중심의 시장 개편과 인프라 선행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반도체 등 미래 산업의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선 안정적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하며, 이를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과 전력망 현대화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역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려면 전력시장 운영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며 한전과 전력거래소를 통합하는 형태의 TSO(Transmission System Operator) 모델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산업계에서도 에너지 비용의 급등과 복잡한 조달 구조가 기업 투자와 탈탄소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며 요금 현실화와 제도 유연화를 강조했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과거 산업 성장의 기반이던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무너지고 있다"며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구조는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가발전, 다자간 계약 등 다양한 수단으로 전력을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현행 RPS 구조로는 재생에너지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은 에너지 관련 산업을 국가 주도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에너지법을 통합 제정하고 1400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섰다"며 "한국도 신산업 관점에서 에너지를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는 전력 인프라의 복원력과 정책 신뢰성 확보를 위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에너지 전환과 산업 전환은 분리할 수 없으며, 전력망 경쟁력 없이는 AI·반도체 산업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며 "정전 피해는 공급비용의 수십 배에 이르며, 시나리오 기반 수급 전망 체계와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정책의 예측력과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이며, 공급 속도도 지나치게 느리다"며 "송전망 확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지방정부별 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지역 차등요금, 분산형 수요 의무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기차, 히트펌프 등 유연성 자원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수요 분산 정책도 함께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망 재편 시급…"제도 기반 마련해야"
공기업 측은 전력망 구축의 시급성과,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서철수 한국전력 부사장은 "제11차 장기설비계획 기준으로 향후 15년간 송전선로는 1.7배, 변전소는 1.4배 확충이 필요하다"며 "국도·철도 등과의 SOC 공동건설을 활성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은 민간과의 역할 분담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망 이용 요금 현실화 없이는 지속적 투자가 어렵다"며 "보상비용 증가를 반영한 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옥기열 전력거래소 본부장은 "전력망 효율화를 위해 계통운영 조직의 일원화가 필요하며, HVDC부터 민간 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송전망 확충만으로는 수급 불균형 해소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별 도소매 요금 차등제, 계획입지제도, 재생에너지 입찰시장 확대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다층적 갈등 구조를 인정하며, 거버넌스 재편과 수용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연우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 "재생에너지 확대로 계통 주파수·무효전력 등 복잡성이 커지면서 TSO 도입 필요성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화 수요에 대비해 수요 전망을 반영하고 있으며, 히트펌프 보급 등은 건축 구조와 기술 여건을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격거리 조례, 요금 구조 개편 등은 모두 갈등 이슈와 맞닿아 있어, 독립 규제기관 신설과 제도 설계의 중립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수소, LNG 등을 균형 있게 조합한 실용적 포트폴리오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하려면 에너지믹스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를 구체화하고, 에너지 요금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배제할 독립적 규제위원회 신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포럼을 주최한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장은 "지역 간 요금차만으로는 수요 분산 효과에 한계가 있으며, 지금의 중앙정부 주도형 에너지 정책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전력 수요의 지역 집중과 전력망 갈등 문제는 정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민간 참여 확대를 통해 갈등을 분산·완화하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며 "정치적·정책적 개입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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