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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 기우는 트럼프…인도 숙적 중국과 ‘해빙’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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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8. 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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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 국경지대의 판공(반궁)호수를 순찰 중국 인민해방군의 모습. 지난 2021년 촬영된 사진/신화통신 연합뉴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대통의 관세정책과 파키스탄을 향한 우호적 움직임에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인도가 결국 숙적인 중국과 5년 만에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고 밀착하는 외교적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인도가 러시아산 군사장비 및 원유 등을 구매한 것을 문제 삼아 인도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뒤,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과는 "파키스탄의 대규모 석유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협정을 체결했다"는 파격적인 발표를 내놨다.

비스와짓 다르 데릴 사회개발위원회 교수는 이에 대해 "언젠가 파키스탄이 인도에 석유를 판매할 수도 있다는 암시가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했다"고 짚었다. 마이클 쿠겔만 윌슨 센터의 남아시아 연구소장도 "미국-파키스탄-인도 삼각관계의 판이 뒤집혔다"며 "지난 20년간 깊어져 온 미-인도 관계에 심각한 도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기류 변화는 트럼프식 거래 외교에 대한 양국의 상반된 대응 방식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인도-파키스탄 군사 충돌 당시 자신이 휴전을 중재했다고 수 차례 주장해왔다.

이에 파키스탄은 "트럼프의 역할에 감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응했다. 6월에는 파키스탄 군 최고 실세인 육군참모총장이 백악관 비공개 오찬에 초청받기도 했다.

반면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나서서 "어떤 제3자의 개입도 없었다"며 전면 부정했다. 이런 '공치사'와 함께 인도가 양보가 절대 불가한 문제로 여기고 있는 농업 부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면서 인도의 심기도 더욱 불편해지고 있다.

미국과의 기류가 변하며 인도가 꺼내든 카드는 중국이다. 2020년 히말라야 국경에서 벌어진 유혈 충돌로 5년간 외교적으로 단절되다시피 한 양국 관계에는 최근 뚜렷한 해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도는 지난달 말 중국인에 대한 관광 비자 발급을 5년 만에 재개했고 중국 역시 인도 순례자들의 티베트 방문을 허용했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됐던 직항노선들도 곧 재개될 전망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오는 3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는 2018년 이후 7년 만의 방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동력으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를 꼽는다. 인도의 전직 외교관 스리쿠마르 메논은 "인도와 중국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서 비롯되는 공동의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양국이 완전한 화해로 나아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40여 명이 사망한 2020년 국경 분쟁의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고 인도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000억 달러(138조 4800억원)에 육박한다. 화웨이 배제와 전기차 제조업에 대한 견제 등 중국 기술에 대한 인도의 안보적 불신도 뿌리 깊다.

양국이 공통된 과제에 직면한 것도, 상이한 이해 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점도 모두 분명하다. 다르 교수는 인도에서 널리 퍼져있던 강경한 반중 여론이 다소 누그러진 상태라며 "두 나라 간 외교 관계가 거의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미닉 로너 호프만 글로벌 지속가능성 센터 공동소장은 인도와 중국이 "양자 관계를 강화할 분명한 동기가 있고 이는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모두 가져다 줄 것"이라 강조했다. 지금처럼 예측이 어려운 불확실성의 환경에서 광범위하고 경고한 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많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에서다.

결국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가 '적의 적은 친구'라는 고전적인 외교 공식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압박으로 인도의 '전략적 자율성'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지역과 세계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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