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내부통제 성패, CEO 책임…성과보상 재점검 요구”

8일 취임 후 첫 증권사 CEO 간담회
투자자 보호 등 “증권업계 역할 중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보험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투자자 보호 실패는 곧 시장 신뢰 상실로 이어집니다. CEO가 직접 나서 내부통제 문화를 혁신해야 합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회사 CEO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내부통제 책임과 실천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증권사·자산운용사 수장들을 만난 자리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을 비롯해 26개사 CEO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임직원조차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권하기 어려운 상품은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며 "CEO가 상품 설계·판매·운용 등 전 과정에서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를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직접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내부통제의 성패가 결국 CEO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성과보상체계 역시 근본부터 재점검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단기 성과를 이유로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내부통제 조직에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성과만 취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회사의 위험과 내부통제 수준에 따라 감독 강도를 차등화하고, 우수 회사에는 자율관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 원장은 "금융투자회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유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업계의 주요 현안인 모험자본 공급 확대도 언급됐다. 그는 "부동산 PF와 대체투자 등 손쉬운 수익에 치중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는 스타트업·벤처·중소기업 전 과정에 생산적 자금이 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험자본 공급은 정책 지원이 전제된 조건부 선택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의 본연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불공정거래 근절도 강조했다. 그는 "시세조종, 사기적 거래, 불법 리딩방 등으로 시장 신뢰가 위협받고 있다"며 업계의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 역할을 당부했다. 또 "퇴직연금은 준(準) 공적연금으로 전환되는 세계적 흐름 속에 신뢰 확보가 중요하다"며 TDF 중심 장기 운용과 가입자 중심 업무 혁신을 요청했다.

업계는 모험자본 확대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약속하며 △AI 등 미래산업 투자 활성화 △BDC 법안과 종합투자계좌(IMA) 제도 준비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실효성 강화 등을 건의했다.

업계 CEO들은 "고객 우선을 핵심 가치로 삼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며 "양질의 금융상품을 제공해 국민이 자본시장 성장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