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노봉법 등 보완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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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초기 '친기업' 행보…AI 등 혁신 드라이브
10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AI·반도체 등 차세대 핵심 기술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이 직접 혁신 기술 투자와 민관 협력을 강조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국가AI전략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며,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원팀 전략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AI 등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달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는데, 여기엔 자동차·반도체 등 기존 제조업 강점을 바탕으로 '피지컬 AI' 1등 국가 도약, 공공·민간 전반에 AI 확산을 통한 잠재성장률 상승 등 청사진이 담겼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는 "침체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재계와의 접점도 빨리 만들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을 대통령실로 초청해 직접 마주 앉았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재계 회동이었다.
◇대미 관세 협상 '선방'…"후속 조치 중요"
지난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은 이 정부 100일 동안 가장 주목받은 산업 현안이었다. 재계와 합심한 정부는 셔틀외교까지 동원하며 총력전을 벌였다. '마스가 프로젝트' 등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카드는 결국 상호관세율 15%를 이끌었다. 일본, 유럽연합의 상호관세율과 같은 수준이고, 반도체 등에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어려웠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불리하지 않은 협상을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다만 후속 조치에 대한 협상 등 숙제는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조지아주의 한국인 구금 사태로 불거진 비자문제는 향후 대미 투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다.
허 교수는 "정부는 기업 투자 매력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협상을 유도해야 하고, 그중 하나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이라며 "반이민 정책에 따른 비자 쿼터를 확보하는 등 후속 협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법·노조법 개정안…산업계 "속조절해야"
또 이재명 정부가 100일을 지나는 동안 국회에선 상법과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잇따라 통과되며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맞게 됐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은 주주의 이사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긴 2차 상법까지 손을 봤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3차 상법까지 개정을 예고하고 있다. 또 사용자 범위가 확대된 '노란봉투법'은 시행 전임에도 벌써 산업현장의 파업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등 업계의 혼란도 여전하다.
산업계에선 이러한 '반기업' 입법에 대한 속도조절과 후속 보완조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 3일 민주당 등 여권과 만나 상법과 노조법 개정에 대해 "수차례 대안을 제시했지만 보완대책 없이 법안이 통과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도 "취지나 방향성에 대해서는 왜 이 같은 주제가 나왔는지 이해한다"면서도 "창업, 기업가 정신이란 게 사실 매우 중요한데, 경영권 방어가 제도적으로 미비한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혼란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을 살리는 방향으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