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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내자” 여론악화 의식… 김정관 “韓美협상 ‘밀당’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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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라 기자

승인 : 2025. 09. 17. 18:03

수익배분 두고 합리적 案 도출 의지
한인 구금 사건, 협상 변수로 부각
'3500억불, 美 독식' 논란에 선그어
전력수요 대응 위해 원전·SMR 추진
"미국과의 협상 현장에서 때론 책상을 치고 목소리를 높이며 치열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한미 협상은 현재 '밀당' 중이지만, 결국 상호호혜적 협상안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저녁 세종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말했다. 취임 두 달 차에 접어든 김 장관은 그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20번 이상 면담하는 등 한미 관세 협상 선봉에 서왔다. 최근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며 "차라리 관세를 내자"는 여론이 일자, 합리적 협상안 도출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7월 타결한 한미관세협상안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500억 달러(약 486조원) 상당의 대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투자 수익 90%를 요구하는 데다, 투자 방식도 채권이 아닌 전액 현금 집행을 제시하면서 후속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미 이민당국에 구금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국내 여론은 한층 악화한 상태다.

이날 김 장관은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저 또한 트럼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관세를 내며 버티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관세 협상의 내용을 보면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판단이 될 수 있다"면서 한미관계를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상을 진행하며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항상 고민한다"면서 "세계 속에서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물려주기 위해서 미국과의 관계를 잘 다져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김정관 장관은 지난 12일(미국 현지 시간)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한미 관세 후속협상 첫 주제는 '조지아 사태'였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은 해결(fix)을 말했고, 본인 입장에서도 굉장히 당황한 이슈였다"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현지 투자를 활성화하려 했는데 이런 뉴스가 생긴 데 대해 곤혹스러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을 두고 이견이 큰 것과 관련해선 "협상이 밀고 당기는 과정이라고 봐주면 좋겠다"며 "일각에선 3500억 달러를 미국이 다 가져가는 것으로 생각하는 데 그런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미일 관세 협상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일본 기업 우대 조항을 포함했고 자국 법에 맞지 않으면 깰 수 있는 보호장치를 갖췄다"면서 "이처럼 많은 국가들이 자국 산업과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장관은 최근 불거진 원전 건설 백지화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저는 입장이 명확하다"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신규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문제가 아니라 향후 늘어날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과 전력 안정성을 고려할 때 원전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변수는 산업부가 맡아온 원전 정책이 이르면 다음 달 신설될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는 것이다. 최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해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판단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시사했다. 이에 김정관 장관은 국민 공론화 등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산업부 수장으로서 명확히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과 관련해선 "아쉬운 마음이 크지만 범정부 차원의 결정인 만큼 수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김성환 장관이 말했듯 산업과 에너지가 한 몸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에너지부라고 약칭하고 싶다"며 "에너지 부문이 환경을 이끌어갔으면 좋겠고 산업부와 같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더 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산업 성장 지원에 대해선 "1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제조업 AI 발전을 지원하는 'M.AX 얼라이언스'는 관세 협상 뒤를 잇는 최우선 과제"라며 "석유화학 재편안도 기업 중심으로 순조롭게 논의되고 있으며 다음 달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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