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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중독 피해 0.00017%뿐” 인도네시아, 무상급식 강행…질문한 기자는 ‘출입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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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09. 3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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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EPA 연합뉴스
핵심 공약인 '무상급식' 프로그램에서 6000명이 넘게 집단으로 식중독에 걸리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문제는 0.00017%에 불과하다"며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열린 한 정치 행사 연설에서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논란이 된 무상급식 식중독 사태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물론 식중독과 같은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공된 전체 급식 횟수와 비교했을 때, 문제가 된 식중독 발생 건수는 0.00017%에 불과하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한 무상급식 프로그램이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인도적 노력"이라며 "브라질이 4000만 명에게 급식을 제공하기까지 11년이 걸렸다"고 자평하면서 영양 개선·일자리 창출 등 프로그램의 성과를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에선 무상급식 프로그램 실시 이후 전국적으로 6400여 명의 아동들이 식중독 피해를 입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주말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앞으로 모든 급식 조리 시설에 신속 검사 장비·식판 소독기·정수 필터·중앙정부와 연결된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요구한 무상 급식 프로그램의 일시 중단 여부에 대해선 응답하지 않았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자신감 넘치는' 연설과 달리, 인도네시아 정부는 무상급식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27일 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은 CNN 인도네시아 소속의 한 기자가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무상급식 식중독 사태에 대한 대책을 묻자 그 자리에서 해당 기자의 대통령궁 출입 자격을 박탈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도네시아 언론위원회는 즉각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대통령궁은 하루 만인 29일 CNN 인도네시아 편집국장을 만나 공식 사과하고 기자의 출입 자격을 복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25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인도네시아의 순위가 1년 만에 16계단이나 추락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프라보워 정부의 언론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총체적 실패"라며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고 있고, 급식의 영양학적 질이 매우 낮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올해(99조 루피아·8조 3358억원)보다 3배 이상 증액한 335조 루피아(28조 2070억원)로 책정하는 등, 비판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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