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석유화학업계, 금융권 지원에 환영 속 “구조조정 강제될라” 우려 교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30010016618

글자크기

닫기

김한슬 기자

승인 : 2025. 09. 30. 15:47

30일 금융권서 석유화학산업 지원 협약 체결
업계 "자금 지원 구체화해 한걸음 진일보"
정부차원 압박 우려도…선례 부재에 업계 난색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롯데케미칼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업 재편 과정에서의 금융권 지원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이번 협약이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구조조정 압박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전반에 통폐합과 구조조정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 지원이 되레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사업 재편을 부추길 수 있단 지적이다.

30일 업계는 이번 금융지원 협약에 대해 "지원이 구체화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채가 쌓이고 적자를 거듭 중인기업들에게 숨통을 열어줄 수 있는 지원책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어떤 식으로 지원해줄지 정말 불명확한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최소한 금융 쪽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을 밝히면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 같다"고 봤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17개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 등과 '산업 구조혁신 지원 금융권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석유화학업계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구조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권의 공동 대응이다.

다만 이번 협약이 사실상 구조조정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몇 년 동안 기업들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 금융권 지원이 절실하지만, 당장 생산량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어떤 기업 입장에서는 뼈 아플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협약이 실질적인 압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정부와 석유화학업계는 연말까지 270만~370만톤(t)의 NCC(나프타분해시설)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설정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 자체의 자율성을 강조했고, 기업의 자구책이 선행돼야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 과정에서도 금융권은 "석유화학기업들의 의지와 실행력을 보여달라"고 촉구한 상태다

문제는 선제적으로 나설 기업이 부재한다는 점이다. 아직 통폐합 선례가 없어 업계 전반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데다, 대규모 생산량 감축이 자칫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NCC 특성상 기업 하나가 설비나 생산량을 줄이면 경쟁업체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이번 금융지원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반의 사업 재편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단 의견도 나온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규모 감축을 했다간 정작 업황을 개선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자율적이라는 점이 오히려 고심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누구 하나 대표로 나서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일괄적으로 발표를 할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한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