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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는 100여명의 기업인이 증인·참고인으로 채택됐습니다. 애초 여야 모두 기업인 소환을 최소화하자고 뜻을 모았지만, 실제 명단을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총수 중에서는 정무위원회가 오는 2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불러 계열사 부당 지원 논란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4일 정용진 신세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알리바바 합작법인 관련 소비자 정보 보호 대책을 따질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해킹 문제와 온라인 플랫폼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서도 KT, 롯데카드, 쿠팡, 우아한형제들, 구글 등 굵직한 기업 경영진이 줄줄이 국감장에 소환됐습니다.
국회는 국감을 통해 대기업 총수나 고위 임원을 직접 불러 질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로 보고, 일단 소환장을 내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시각은 다릅니다. 재계에서는 매년 국감은 사실상 망신주기 무대가 된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습니다.
더구나 올해 국정감사는 재계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CEO서밋입니다. 글로벌 경제인들이 우리나라에 방문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럴 때 국내에서는 '호통청문회' 준비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현실이 곤혹스럽다는 겁니다.
기업들의 불만은 단순한 볼멘소리가 아닙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수출 회복과 신산업 투자 유치라는 중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총수들이 글로벌 현장을 누비며 협상 테이블을 지켜야 하는데, 국감장 증인석에 묶여 버린다면 결국 국익에도 손해라는 지적입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물론 잘못이 있으면 지적받아야 하지만, 문제 해결은 정책과 제도를 통해 이뤄져야지 기업인을 공개석상에 세워 혼내는 방식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재계의 바람은 단순합니다. 국감이 보여주기식 '호통' 무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국정 점검의 장이 되길 바란다는 겁니다. 정치권이 진짜로 경제를 걱정한다면, 지금 필요한 건 카메라 앞에서 호통치는 장면이 아니라, 기업과 함께 해법을 찾는 대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