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 | |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8년여 끌어온 이혼 관련 소송 대법원 판단이 파기환송으로 결론 나면서 SK로선 1조4000억원 규모 재산분할 리스크가 해소됐다.
재산을 전부 경영권 확보에 써 온 최 회장으로선 조단위 재산 분할 결정이 내려질 경우 SK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질 거란 분석이 계속돼 왔다. 지주사를 제외 한 가용 재산을 다 처분하고, 경영권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그룹에 닥친 경영 현안들은 뒷전이 될 수 있을거란 우려를 불식시킨 셈이다.
이제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재계 2위 기업 총수로서 역할에 총력전을 벌일 수 있게 됐다. CEO 서밋 의장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약 2주 앞으로 다가왔으며, 이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굵직한 사안을 소화하면 곧바로 그룹 내부 일정에 집중해야 한다. 그룹 CEO 세미나가 11월 6~8일 예정됐으며, 이에 앞서 연말 임원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16일 대법원 판결에 대해 최 회장 법률대리인 측은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명확히 그것을 부부공동재산의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간 최 회장 변호인단은 꾸준히 노태우 정권의 그룹 성장 기여에 선을 그어 왔다. 변호인단은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면서 "오히려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다"고 강력히 반박한 바 있다.
이날 SK그룹은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로 업무를 진행했지만, 재산분할이 회사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오전에는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판결 후 SK 그룹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비자금으로 SK가 성장했다는 오해가 해소된 만큼 구성원들의 명예와 긍지가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대법원 판결 후 최 회장은 김포공항에 오후 6시께 모습을 드러냈다. 최 회장은 대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외 미국 출장 목표에 대해서는 "어려운 경제 현안이 많아 최선을 다해 우리 경제에 기여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초청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 모임 참석차 출국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도 함께 하는 자리다.
이어 28~31일에는 경주 APEC CEO 서밋 의장으로서 SK그룹이 개최하는 '퓨처테크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최 회장은 그간 APEC CEO 서밋을 위해 주요 행사에서 이를 꾸준히 알리고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수장을 초청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6~8일에는 그룹의 주요 회의인 CEO 세미나를 진행한다.
CEO 세미나에서는 그룹의 내년 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올해는 이에 앞서 임원인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APEC 종료 직후 인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당분간은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지만 이혼 소송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는 남았다. 이날 SK(주) 주가 역시 소송 불확실성에 대한 여파로 전일보다 5.62% 하락한 21만8500원에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