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신사업·손해율 개선폭 제한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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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해인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손해보험업계가 부진했던 올해 상반기에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순이익 기여도를 유지하며 효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과거에는 KB증권의 성장세가 그룹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돋보였다면, 구 사장 취임 이후에는 KB손보의 비중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대체로 '2+1(2년 임기 후 1년 연임)' 형태로 이어져온 관행을 고려하면 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구 사장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KB손보 사장을 역임할 당시 경영관리부문장(CFO), 리스크관리본부장(CRO) 등을 거친 인물이다. 양 회장의 신임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연임은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선 최근 관행이 깨지는 사례도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손보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 566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5886억원) 대비 3.8% 감소했지만, 손보업계 전반의 실적 악화 속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해상(-45.9%), DB손해보험(-19.3%) 등과 비교하면 실적 감소폭이 낮다.
구 사장의 취임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8567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이는 구 사장이 취임 이후 본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하며 영업에 드라이브를 건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KB손보는 그룹 내에서 KB국민은행의 뒤를 잇는 2위 계열사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KB손보의 순이익이 그룹 전체 순이익에 기여하는 비중은 16% 수준으로,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사장은 손해율·유지율 등 경영효율 지표, 계열서비스마진(CSM) 등 미래가치 지표, 고객가치 지표 등을 '회사가치'로 설정하고 회사가치성장률 1위 도전을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올해 상반기 합산 손해율은 80.3%를 기록했는데, 특히 장기보험 손해율이 79.9%로 전년 상반기 대비 1%포인트 개선되는 모습도 보였다. 미래수익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CSM 잔액은 9조 217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상승했다.
고객 맞춤형 상품 라인업을 지속 확대했다. 구 사장 취임 후 KB 5.10.10 플러스 건강보험, KB 3.10.10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등의 신상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10년 고지 상품 시장을 선도했다는 평가다.
재무적 성과만 있는 건 아니다. 구 사장은 고객중심경영을 조직문화로 내재화하는 데도 힘썼다. 임직원 대상 '고객중심 실천 다짐식'과 교육 프로그램 '고마워(고객중심 마인드셋 워크숍)'을 운영하고, 고객 언어 개선 공모전 등을 통해 보험 용어를 고객 친화적으로 바꾸는 등 실질적 변화를 추진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 8개 항목 중 6개의 '양호' 등급을 획득했다.
디지털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est 차세대 시스템'을 가동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있으며 AI 기반 서비스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비대면 진료 플랫폼 인수에도 헬스케어 등 신사업 부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다. 또한 상반기 순이익으로 현대해상을 앞지르며 업계 4위권으로 도약했으나, 현대해상의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험영업이익 둔화와 손해율 개선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향후 개선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업계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그룹내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크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라며 "특히 '2+1' 관행이 있는 만큼 구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