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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대법관 증원으로 사실심 기능 약화… 위헌 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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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0. 20. 17:46

민주 특위 '6대 사법개혁안' 분석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등 도입
법조계 "판결 전체 장악 하려는 시도
논란 차단 위해 4년 유예해야" 조언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20일 발표한 사법개혁안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결국 대법원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법권 독립 침해·위헌성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사실심(1~2심) 강화 방안은 빠져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날 민주당 사개특위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관 증원은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3년간 4명씩 모두 26명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지난달 12일 각급 법원장 등 모두 42명이 참여한 '임시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신중한 논의와 숙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린 법안이다. 사법부가 사실상 반대의 뜻을 내비쳤음에도 민주당 사개특위가 입법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소규모 증원이 적정하거나 그 전제로서 혹은 병행해 사실심에 대한 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신속·충실한 재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사실심 강화가 우선 과제임을 공감하고, 이를 전제로 상고심 제도 개편과 대법관 증원에 대한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법률심인 대법원 이전에 국민들과 접촉면이 훨씬 더 큰 사실심을 강화해야만 사법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법원 증원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총 22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통령 임기 중 임기가 만료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10명과 임기 내 증원된 대법관 12명이다. 이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엔 대법관의 절대 다수가 친여 성향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할 경우 친여 성향 대법관들이 이 사건의 법률해석·적용 오류 등을 심리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대법관 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와 법관 평가제 역시 대다수 판사들이 우려를 표명한 법안이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위원회 구성방식이나 인원에 따라 사법권 독립이 침해될 여지가 있고, 현행 위원회의 적정한 운영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게 사법부의 입장이다. 또 법관 평가제의 경우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와 위헌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날 이른바 '4심제'로 불리는 재판소원 제도는 민주당 사개특위에서 발표하지 않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지도부 안으로 입법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판소원 제도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심사할 수 있게 하는 사실상 '4심제'로 불린다.

법조계에선 사법부를 선출 권력 아래로 보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이 같은 방식으로 제도를 밀어붙인다면 국민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증원은 단순한 인원 확대가 아니라 법원 전체와 연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작 하급심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논의는 부족하다. 오로지 대법관 증원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어 "대법관 증원은 베네수엘라나 유신 시절처럼 하급심부터 최종심까지 판결 전체를 통째로 장악하겠다는 시도로 보인다"며 "대법관 증원-법관 평가제-재판소원까지 연계되면 사실상 사법 전체를 통제하는 구조가 완성된다고 본다. 전원합의체 판결을 문제 삼고,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찬성한 대법관들을 '못 믿겠다'고 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시점에서 추진하는 것은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결국 본인의 재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긴다. 이런 식의 개혁은 사법부를 망치는 일이라고 본다. 사법개혁은 정치적 목적과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4년 뒤, 차기 대통령 임기부터 시행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개혁안을 추진하더라도 즉시 적용하지 말고 4년 유예를 두면 된다. 그렇게 하면 현 정권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위해 제도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있다"며 "그리고 사건 적체의 근본적 해법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1·2심을 강화하는 데 있다. 상고심을 대폭 줄이고, 1·2심에 연구관과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맞다. 사회적 비용 절감 차원에서도 하급심 충실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정민훈 기자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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