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없음 밝히고 '무료' 증거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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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에 사는 장정식씨(70)는 최근 한 건강식품 업체로부터 "전립선에 좋은 제품을 무료로 체험해 보라"고 전화받았다. 장씨는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집 주소를 알려줬다. 며칠 뒤 도착한 택배 상자에는 체험용 제품뿐 아니라 6개월 치가 들어 있었다.
업체는 처음과 달리 "정상 배송된 물량이기 때문에 구매해야 한다"고 50만원 상당의 결제를 요구했다. 장씨가 "무료 체험만 동의했다"고 반박했지만 업체는 "이미 개봉해 반품이 어렵다"며 구매를 압박했다. 장씨는 "무료로 한 번 먹어보라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몇십만원을 요구하니 겁이 났다"며 "노인들은 이런 걸 더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강매 업체는 '일주일만 체험해보라'며 주소를 확보한 뒤 체험분과 본제품을 함께 보내 수령 사실을 근거로 구매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품을 요청하면 '개봉', '정기 구매 전환'등을 이유로 환불을 거부하거나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일로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에 상담을 신청한 건수는 2022년 7525건, 2023년 8004건, 2024년 1만1539건으로 3년 연속 늘었다. 3명 중 한명은 60대 이상이다.
전문가들은 '무료 체험'을 미끼로 한 판매 방식이 명백한 기만 행위라고 지적한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노인들이 무료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고 젊은 세대에 비해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특징을 악용한 상술"이라며 "동의 없이 체험분과 유상 제품을 함께 보내는 행위 자체가 부당 청약 강요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료 체험에 동의했다고 구매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체가 '무료'라고 안내한 녹음 등 기록을 남겨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도 "물품 수령일을 기준으로 통신판매는 7일, 방문·전화권유판매는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요청할 수 있다"며 "분쟁에 대비해 사업자의 광고·홍보자료, 영수증을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