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인 '은폐 여부' 가릴 직권 남용 혐의 빠져
검찰 "실익 고려"…기소 때는 "공권력 남용 정황"
유족 측 "대통령·총리 압박에 따른 정치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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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공무원 유족 측 변호인 김기윤 변호사는 지난 3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은) '검찰이 놀리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피해자를 대리하고 공익을 대변하는 검사가 항소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며 "피해자 중심이 아닌 고위 공직자를 위한 항소"라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 기한 만료일인 지난 2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서만 항소를 제기했다. 이로써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들은 무죄가 확정됐다.
당초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은폐' 여부를 밝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와 '월북몰이'와 관련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구분됐다. 김 변호사는 "직권남용 관련 혐의의 경우 국가가 국민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인데 이것이 항소 내용에서 빠졌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직권남용은 '국가 권력이 의도적으로 국민의 피살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겼다'는 검찰의 기소 이유를 성립시키는 핵심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실익'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국가 권한을 조직적으로 사용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한 책임자들"이라며 피고인들을 기소했을 때와 상반된 반응이다. 당시 검찰은 "문재인 정부 안보 책임자들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첩보·보고서를 삭제하거나 허위 발표를 지시·집행함으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검찰이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압박에 따른 판단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정권이 바뀌자 검찰의 기준 역시 바뀌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1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 "이상한 논리의 기소"라며 "(검찰에) 책임을 묻든지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게 응당 당연한 게 아니냐"며 '항소 포기'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수사지휘권이 없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법무부 장관만이 검찰총장에게 서면으로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유족 측은 김 총리를 오는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친형 이래진씨는 "이들은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발언과 짓을 했고 공직자로서 의무를 저버렸다"며 분노했다. 유족들은 같은 날 박철우 서울중앙지검장 역시 공수처에 고발하고,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제소할 방침이다. 다만 이 대통령에 대해선 "직접 항소 포기를 언급한 사실이 없어 고발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던 고(故) 이대준씨가 지난 2020년 9월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이다. 이후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당시 문재인 정부 안보 라인 관계자들이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2022년 12월 이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3년 만인 지난달 12월 26일 1심 재판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관련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