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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자사주까지 소각 강제…경제계 “3차 상법, 경영 리스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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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1. 20. 15:29

대한상의회관_004
대한상의회관 전경./대한상의
3차 상법개정안의 핵심인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둘러싸고, 경제계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기주식까지 일률적으로 소각을 강제할 경우 기업의 구조개편과 중장기 경영 전략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입법 취지에 맞는 합리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자사주가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며 주주가치 왜곡을 초래해왔다는 점을 들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정치권이 3차 상법개정안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계의 보완 요구가 입법 과정에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8단체는 3차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과 관련해 입법취지에 부합하면서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합리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경제계는 일단 소각 의무 자사주를 재정의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개정안 입법 취지는 회사 재산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특정주주에 유리하게 임의로 활용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배당가능이익 내에서 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이에 해당되지만, 합병 등의 과정에서 비자발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해당사항이 없어 입법취지와 결을 맞춘다면 소각의무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자발적 취득 자기주식은 정부가 장려한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우가 많다. 만약 향후 석유화학 등 구조개편이 필요한 산업에서 M&A 중 취득한 자기주식을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면 사업재편 속도가 늦어지고 격변기 산업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특정 목적 취득 자기주식도 처분과정에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 처분절차 시 주총결의를 받도록 하면 된다고 밝혔다.

또 만일 기업이 상법 제341조의2에 의해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는 경우에는 감자절차를 면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합병 등 특정목적 자기주식의 경우 소각 시 감자절차(채권자보호절차, 주총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채권자의 대규모 상환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주총 특별결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법을 위반하게 돼서다.

또 자기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보유·처분하는 경우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이는 중장기 경영전략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고, 의사결정 지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계획에 변동사항이 없는 경우는 3년에 한 번씩만 승인받도록 승인기간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자기주식은 6개월의 소각 유예기간을 두고 이후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고 있는데, 막대한 기존 자기주식 규모를 고려해 유예기간을 1년으로 늘려 총 2년 내에 소각만이 아니라 처분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경제계는 국회가 지난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경영판단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배임죄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추상적인 만큼, 합리적 경영판단의 결과까지 사후 처벌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을 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1차 상법 개정 이후 주주에 의한 배임죄 고소·고발이 가능해지면서, 전략적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법이나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상법개정안에 이어 3차 상법개정도 빠르게 추진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완충하기 위해선 배임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경제단체들은 "배임죄 개선이 늦어지면서 기업들은 경영상 의사결정을 유보하거나 기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활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3차 상법 개정에 앞서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등 배임죄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3차 상법개정안이 자사주를 둘러싼 지배력 왜곡과 주주가치 훼손을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으로, 빠른 입법절차를 밟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장기간 보유하거나, 합병·분할 과정에서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취득 경로와 관계없이 동일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특히 자사주가 사실상 의결권 없는 우호 지분으로 기능하면서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온 관행을 꼬집고 있다.

정부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단기적인 규제가 아니라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처분계획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과 이사 개인에 대한 책임 부과 역시 이사회 판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는 것이다.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 운용상 과도한 부담이 확인될 경우, 세부 절차나 유예기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열어두고 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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