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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정의선·금융권… 韓 문화예술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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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1. 20. 18:00

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후원회
공적재원 한계 메우는 민간기부 역할
기업 이미지 위한 마케팅 전략 활용
객석기부 등 신흥 자산가 합류 주목
공연 업계 "후원은 생명줄 같은 존재"
지난해 10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초청으로 예술의전당 후원회원들이 호암미술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 9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후원자 전용 음악회 '예모아 콘서트' 전경과 6월 예술의전당 음악당 리사이틀홀에서 같은 콘서트 무대에 오른 피아니스트 신창용의 연주 모습. /예술의전당 후원회 홈페이지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심장부라 불리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화려한 조명이 꺼진 뒤에도 이곳을 지탱하는 이들이 있다. 공연장 로비 황금빛 명판에 이름을 새긴 이른바 '보이지 않는 문화 후원자들'이다. 이들은 공연장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한국 예술 생태계의 안전망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예술의전당 후원회(Patrons of SAC)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상위 0.1%의 집결지다. 등급 체계는 꽃 이름을 따는데 가장 높은 예우를 받는 등급은 무궁화다. 누적 기부금 5억원을 넘긴 무궁화(적) 등급에는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홍 관장은 오랜 기간 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클래식과 오페라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1억원 이상 기부한 무궁화(자) 등급 회원이다. 정 회장은 그룹 차원의 후원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깊은 관심을 갖고 문화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에는 신흥 자산가들의 합류가 눈에 띈다. 현재 예술의전당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주원석 미디어윌 회장을 필두로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객석 기부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대부'로 불리는 권오춘 초허당 이사장(40석),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14석)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기부한 객석에는 기부자의 이름이 새겨진다.

세종문화회관 후원회(세종후원회)의 핵심 축은 금융권, 법조계, 탄탄한 중견 기업들이다. 구자겸 엔브이에이치코리아 회장 겸 케이엔솔 회장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박효상 KBI그룹 회장, 황인규 CNCITY에너지 회장 등이 부회장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 등급은 산(山) 이름을 따는데 1억원 이상 기부한 금강 등급에 하나금융지주, KB국민은행 등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다. 세종후원회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서울의 문화 정책과 기업의 사회공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액 후원자들에게는 파격적인 예우가 뒤따른다. 전용 라운지 이용, 공연장 발레파킹 서비스, 최고 등급석(VVIP) 우선예매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프로그램북과 로비 명판에 이름이 영구히 새겨지는 명예도 주어진다.

문화 후원자들의 후원이나 기부는 예술 생태계의 안전망으로서 기능한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후원과 기부가 공적 자원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공연계 한 관계자는 "거대 예산이 투입되는 대작 제작이나 레퍼토리를 확보하는데 있어서 후원금만으로 모든 비용을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기업가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기부는 공적 자금이 미처 닿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메워주고 공연의 예술적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기업들이 단순 후원을 넘어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공연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술과 자본이 상생하는 메세나(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후원과 지원)의 형태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이 복합문화예술공간이자 공공기관임을 고려하면 이들 로비의 명판은 단순한 기부자 명단이 아니라 한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의 상징인 셈이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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