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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고베④] 인구감소 부산의 빈집, 철거가 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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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1. 25. 06:00

산비탈 주거지와 산업지역 공백 앞에서 고베가 택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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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다운타운에서 차로 이동해 산비탈로 접어들자, 부산의 산동네같은 주택가가 나온다. 좁은 비탈길 양 옆으로 낡은 목조주택들이 펼쳐진다. 버려진 산동네였지만, 고베시는 이런 곳을 선택적으로 개입해 유지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고베 역시 산과 항만이 맞닿은 도시다. 고베시 당국의 안내에 따라 아시아투데이가 방문한 곳은 고베 도심에서 차량으로 이동한 산비탈 주거지였다. 경사가 있는 좁은 도로를 따라올라가니 오래된 목조 주택들이 이어졌다. 일부 주택은 이미 사람이 떠난 상태였다. 주거 기능은 약해졌지만, 구조물 자체가 붕괴된 폐허는 아니었다.

이 지역은 고베시가 빈집(Akiya)·빈터 활용 정책을 적용하고 있는 현장 중 하나다. 현장에서 설명에 나선 시바노 테루코(芝野 照子) 고베시 건축주택국 정책과 '빈집·빈터 활용' 담당 계장은 골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동네도 한때는 사람이 살던 곳이다. 모두 철거하면 깔끔해질 수는 있겠지만, 그러면 이 지역은 완전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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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노 테루코(芝野 照子) 고베시 건축주택국 정책과 '빈집·빈터 활용' 담당 계장이 고베시의 빈집 활용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부산도 고베처럼 산비탈을 따라 대규모로 형성된 주거지역이 많다. 6.25전쟁 때 피난민들이 만든 주거지로 급경사 지형 위에 주택이 밀집해 있다. 도로 폭이 좁아 정비가 쉽지 않은 지역들이다. 이런 산비탈 주거지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빈집이 늘어나는 현상은 부산의 행정당국과 지역사회가 공통으로 인식하는 과제가 됐다.

또 다른 축은 산업지역이다. 부산의 옛 사상공단 지역에서는 공장 이전·폐쇄와 함께 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주변 주거지에서 빈집이 증가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주거 수요를 떠받치던 산업 기능이 약해지자, 주거지 역시 함께 비는 구조다. 이처럼 부산의 빈집 문제는 특정 자치구나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지형과 산업구조 변화가 겹치며 도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다뤄지고 있다.

앞서 고베시의 시바노 계장은 고베시가 빈집을 일괄 철거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구조적으로 위험한 주택은 철거 대상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수리·전환 가능성을 전제로 존치 여부를 판단한다. 판단은 서류가 아니라 현장 확인을 통해 이뤄진다.

"집을 남길지 말지는 반드시 현장을 보고 결정한다." 산비탈 주거지 아래쪽으로 이동해서 평지 주택가로 이동하자, 주택이 철거된 뒤 남은 빈터들이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공간은 방치된 공터가 아니었다. 소규모 텃밭이 조성돼 있었고, 울타리와 안내 표식 등 관리 흔적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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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로 버려지는 빈 터를 고베시는 주민들의 텃밭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이 빈터에 대한 설명은 김 치아키 대표가 맡았다. 김 대표는 고베에서 지역 주민과 외부 방문자를 연결하는 커뮤니티 미디어 조직 FMYY를 운영하며, 빈집·빈터 활용 과정에서 현장 조정과 주민 연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빈집이 철거되고 나면, 많은 도시는 그 시점에서 멈춘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땅이 된다. 고베는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빈터는 완성된 시설이 아니다. 주민과 지역 단체가 임시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형태보다 중요한 것은 사용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텃밭이 조성되면서 관리 주체가 생기고, 사람의 왕래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고베시는 이 빈터를 '향후 개발 예정지'로만 묶어두지 않았다. 매각이나 개발 여부와 관계없이 당장 사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행정의 역할은 땅을 비워 두는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상태를 관리 가능한 상태로 두는 것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된 고베의 정책방향은 분명했다. 산비탈 주거지에서는 남길 집과 철거할 집을 구분하고, 주택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빈자리를 방치하지 않는다. 부산의 산비탈 주거지와 산업지역 인구 감소가 동시에 빈집을 만들어내는 현실과 비교하면, 고베의 선택은 명확했다.

철거냐 보존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줄어드는 도시를 전제로 빈집과 빈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묻는다. 버려진 산동네와 빈터를 차례로 돌아본 뒤, 고베가 보여준 것은 개발의 해법이 아니라 관리의 방식이었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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