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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개인정보 유출이란 중대한 사건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기업의 관리 소홀이나 구조적 문제는 분명히 규명돼야 하고, 책임은 명확히 물어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최근 쿠팡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조사 양상을 지켜보면 '책임 규명'이라는 목적을 넘어 행정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경찰, 금융감독원, 국세청, 세관 등 10곳이 넘는 정부 기관이 동시에 투입됐다. 수백 명의 조사 인력이 한 기업에 투입돼 수주간 현장조사를 이어가고 있고, 공정위 조사만 해도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한 기업을 향한 조사로 사실상 '미니 세종시'가 꾸려졌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문제는 '강도'가 아니라 '비용'이다. 행정력은 무한하지 않다. 공무원의 시간과 전문성, 그리고 그에 따른 재정 지출은 모두 사회가 부담하는 자원이다. 특정 사안을 조사하는 데 수백 명이 수주간 투입된다면, 그만큼 다른 영역에서의 감독과 점검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 자원의 배분 문제로 이어진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부담은 적지 않다. 조사 대응에 경영진과 실무 인력이 장기간 묶이면, 본연의 사업 운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본사 업무가 마비되고 현장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그 여파가 고용과 협력업체, 소상공인에게까지 확산된다면, 그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나눠서 치르게 된다.
이번 사안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국제적 이슈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아 미국 무역대표부에 진정을 제기하고 국제투자분쟁(ISDS)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정부는 차별적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본 시장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조사를 멈추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조사의 강도와 범위, 투입 자원의 규모가 적절한지이다. 개인정보 유출과 공정거래 의혹이라면 주무 부처 중 심의 집중 조사로도 충분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처간 중복 조사와 경쟁적 개입은 책임을 분산시키고 결과적으로 행정 효율만 떨어뜨릴 수 있다.
보여주기식 고강도 대응이 아니라 효율과 형평을 함께 고려한 조사 시스템이 필요하다.
빈대를 잡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기 위해서는 불을 어디에, 얼마나 피울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기업의 잘못은 분명히 바로잡되,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행정력과 경제적 비용이 과도하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