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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차질 볼모 4억대 성과급 요구… 슈퍼사이클에 ‘노조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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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승인 : 2026. 03. 16. 10:56

[AI시대 변곡점 선 삼성]
노조, 1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
메모리 수요급증 속 공급 차질 우려
파업불참 노조원에 불이익 논란까지
전문가 "국가 전략산업 생산 안정 중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연 영업이익 100조원대 시대를 여는 역사적 행보 와중에 의외의 암초를 만났다. 노조 파업이다.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볼모로 파업에 나서고, 심지어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에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국가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시각이다.

각계에선 국가 수출의 35%를 견인하는 반도체 산업의 핵심축이면서, 코스피 전체의 2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이 생산에 발목이 잡히면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초대형 중장기 투자까지 줄줄이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중동을 중심으로 번지는 글로벌 지정학 불확실성과 트럼프발 미국 관세 압박까지 거센 외풍을 맞이한 상황이라 이를 돌파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다.

15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1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지난 13일 기준 투표 참여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현실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생산 일정 차질 가능성이다.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생산 계획이 촘촘하게 짜여 있어 일정이 한 번 어긋나면 공급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시장 대응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조 공동교섭단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파업 시 회사는 10조원의 손실을 보지만 직원들의 손해는 4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쟁의행위 파급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꼽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낸 것을 두고, 산업 경쟁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노사는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체계 등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경쟁사와 비교해 보상 체계가 부족하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 측은 대규모 반도체 투자와 미래 사업 재원을 고려할 때 인건비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위원장이 노조원 다수인 메모리반도체(DS) 사업부에 성과급으로 인당 4억5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스마트폰·가전사업부 노조와의 자중지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노조 내부 공지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한 불이익을 거론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노사 갈등은 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앞선 HBM3E 생산 초기 대응 과정에서 경쟁사에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재 차세대 제품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생산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AI 인프라 확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서버 업체와 클라우드 기업들의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주요 생산 업체인 삼성전자의 공급 차질이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AI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파업은 어느 정도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시장 대응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반도체가 국가 전략산업으로 평가되는 만큼 노사 모두 산업 경쟁력 측면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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