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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은 재심, 기한 없는 기다림에…피해자들은 ‘이중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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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4. 13. 18:30

재심 개시 여부, 담당 재판부가 판단
檢 불복 시 절차 장기화로 이중고통
절차적 기준 마련 등 필요 목소리
법원 박성일기자 2
서울중앙지법/박성일 기자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중대한 오류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그러나 절차 개시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면서 당사자들이 또 한 번의 고통을 겪기도 한다. 특히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데 별도의 법정 기한 등 재심과 관련한 정규화된 매뉴얼이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되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사재심은 형사소송법 420조에 따라 원 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나 증거물이 위조·변조된 경우나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 등 매우 엄격한 기준 하에 청구할 수 있다. 다만 형사소송법은 재심 청구가 접수된 이후 법원이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별도의 기간을 두고 있지 않다. 오로지 재판 진행과 재심개시 여부는 담당 재판부가 법률과 기록에 따라 심리·판단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심 개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인다. 결국 재심을 청구한 당사자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장기간 기다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4년 발간한 '형사재심의 현황과 운용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거사 재심사건에 대한 처리일수는 평균 414.77일이 소요됐다. 이는 일반 재심사건 처리일수인 평균 123.57일보다 3배 이상 긴 시간이다.

지난 1964년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어부들이 간첩으로 조작된 사건은 3년째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가의 불법 감금 등을 인정하며 재심이 필요하다고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재심 개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절차가 곧바로 진행되지 않기도 한다. 검사가 개시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나 재항고를 제기하게 되면 법원의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급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신속한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재심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경우, 기록이 보존돼 있지 않거나 확보·복원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처리기간에는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재심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절차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한 일정한 심리 기간을 권고하거나,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관리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재심 전문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일부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하고 언론보도도 추진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다"며 "법원과 검찰도 국가기관으로서 재심 이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디"고 했다. 이어 "수십년 전에도 최후의 보루 역할을 못했고 이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손놓고 있다는 사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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