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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개혁 리포트] “변시, 합격률 구조가 교육 왜곡…법조인 역할 고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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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4. 27. 18:00

15회 변시 합격자 수 1714명, 합격률 50.95%
단순 암기 중심 문제 운영으로 변시 취지 훼손
업계·학계, 법조인 양성 제도·시스템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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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장/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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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역량을 지닌 젊은이들이 입학하자마자 변호사시험(변시) 기출 문제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중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장은 법전원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이같이 짚었다. 김 원장은 "이런 상황은 변시의 낮은 합격률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법전원 도입 초기에는 변시 대비가 주로 이론 과목에 한정됐다. 그러나 저조한 합격률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3년의 교육 과정을 시험 준비에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고, 그 결과 '변시 대비 중심 수업 운영'이 실무 과목까지 확산됐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수업은 실무 관련 기본법 지식을 중복 정리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또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법전원 운영 목적과는 다르게 노동법, 국제법 등 전문 과목이나 법철학 등 기본 과목의 개설 비중이 현저히 낮아졌다. 대신 지엽적인 개별 판결 사례 암기에 치우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즉, 법전원이 '변시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 23일 제15회 변호사시험 응시자 3364명 중 총점 889.11점 이상인 1714명을 합격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합격자 수인 1744명보다 30명 줄었다. 응시자 대비 합격률은 역대 세 번째로 낮은 50.95%에 그쳤다.

이에 법전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합격자 수를 제한하는 현 방식은 응시자 누적을 더욱 심화시키고 오탈자(변호사 시험 5번 탈락자) 문제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고 비판했다. 전국 25개 법전원장들은 낮은 합격률이 지속된다면 결국 국민 사법 접근권이 제약되고, 지역·분야 간 법률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행 법은 변시를 '변호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와 법률지식 등 법률사무 수행 능력을 검정하기 위한 시험'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변시가 의사 국가시험처럼 '선발 시험'이 아닌 '자격 시험'으로서 기능할 수 있으려면 합격률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법전원 교육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에게 오탈자란 단순한 능력 부족의 결과가 아닌 변시의 왜곡된 운영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그는 "변시 운영이 '단순 암기' 중심으로 왜곡되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포화로 변호사 간 수임 경쟁이 심화돼 법률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변호사업계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술 발전과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법률 수요가 확대되면서 법조 직역의 범위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소송에 관련한 업무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 대한 변호사들의 진출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인공지능 기술 확산에 따라 다양한 법 영역에서 새로운 쟁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인공지능법'과 같이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법 분야를 아우르는 형태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송무(소송에 관련한 실무) 업무를 넘어 각종 공공기관이나 다양한 조직에서 요구하는 각종 규정의 해석과 적용, 제도 설계 등 법조인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원장은 결국 변호사 수를 줄이기보다는 앞으로의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조인이라는 직업이 어떤 식으로 재편돼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단순한 공급 축소는 다소 근시안적 대응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법조인은 궁극적으로 공익과 사회의 더 나은 가치 실현을 향해 기능해야 한다. 김 원장은 "업계와 학계가 각각 수입·합격률 경쟁에 매몰됐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법조인 양성 제도와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시 합격률 제고와 변시 방식이나 내용의 개선, 법조인이 되려는 학생이 그에 상응하는 진정한 리걸 마인드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식을 함양할 수 있는 법전원 제도의 개선을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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