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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률 50%의 그늘… ‘변시 학원’으로 전락한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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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4. 08. 18:04

사실상 선발시험… 능력검정 취지 퇴색
판례 단순 암기 쏠림 등 교육 왜곡 심화
변협 "공급 과잉 심각… 정원 감축 필요"
로스쿨 "합격률 높여야 시험기능 회복"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흔들리고 있다. 다양한 배경의 인재를 법조인으로 길러내기 위한 도입 취지와 달리,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아닌 사실상 선발시험으로 굳어지면서 로스쿨은 '합격률'에 매달리는 '변시 학원'으로 변해가고 있다.

더구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법률시장 포화를 이유로 로스쿨 정원 감축을 요구하며 해법을 교육 단계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법조인 양성 체계의 붕괴를 외면한 채 공급 억제에만 매달리는 접근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국 25개 로스쿨 원장들은 지난달 30일 공동성명을 내고, 현재의 변호사시험이 응시자의 절반가량을 탈락시키는 '선발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법률이 정한 '능력 검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의 핵심 가치에 따라 3년간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한 로스쿨 졸업생의 기대와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50%대 합격률은 유능한 인재들을 수차례 재응시로 내몰아 사교육 시장에 의존하게 만드는 기형적 구조를 고착시키고 있다"며 "그 결과, 다양한 특성화·전문화·기초법 과목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학생들은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1만2000여 개의 판례 결론을 단순 암기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제1회(2012년)부터 제14회(2025년)까지 변호사시험 합격률 흐름을 보면 로스쿨 교육이 왜 시험 중심으로 변모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제1회 87.15%였던 합격률은 제2회 75.17%, 제3회 67.63%, 제4회 61.11%로 점차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제5회부터는 55.20%로 내려가 매년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응시생 2명 중 1명만 시험에 합격하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로스쿨협의회는 이 같은 흐름이 변호사시험을 '능력 검정'이 아닌 '합격자 줄 세우기' 시험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응시자 대비 80% 수준까지 합격률을 높여야 자격시험 본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로스쿨협의회의 진단과 달리 변협은 이미 법률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를 넘어 구조적 붕괴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변협은 변호사 수 급증으로 사건 수 대비 공급이 과도하게 늘면서 변호사 중위소득이 일반 임금근로자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결국 생존을 위한 과도한 수임 경쟁으로 이어지고, 법률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상업화, 징계 증가 등으로 국민 피해가 확대된다는 논리다.

여기에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법률 수요 축소까지 겹치면서, 향후 시장 수용 능력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변협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근거로 "합격자 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시장 규모에 맞는 적정 수급을 맞춰야 한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자 감축과 사전 공고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표명환 제주대 로스쿨 원장은 "교육이 아닌 시험을 강조하다 보니 교과 과정 자체가 완전 파괴됐다"며 "일부 강의는 수강생이 거의 없어 폐강돼 다른 강의로 보충하고, 심지어 교양 과목으로 밀려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 원장은 또 로스쿨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변협 주장에 대해 "배출된 법조인 상호 간 경쟁을 통해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로스쿨 제도의 취지"라며 "정원 문제는 로스쿨이 아닌 법조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대식 로스쿨협의회 이사장은 현 상황에 대해 "로스쿨 도입 당시 정부가 내세웠던 여러 명분들이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 같다"며 "협의회에선 교육을 통한 변호사 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정부와 계속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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