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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은 11일 아제르바이잔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이 12일 이후 일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조선은 석유 원매 대기업 ENEOS가 조달한 원유를 싣고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의 네기시제유소에 접안할 예정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중앙아시아산 원유가 일본에 도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중동산 원유 공급 불안이 장기화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조달처 확보를 추진해 왔다. 지난 4월 하순 이후 미국산과 러시아 사할린2산 원유가 일본에 도착했고, 이번에는 아제르바이잔산까지 반입되면서 조달처가 미국·러시아 극동·중앙아시아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중남미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멕시코는 이미 일본에 원유를 수출할 방침을 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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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제르바이잔산 원유는 물량 자체보다 상징성이 크다. 일본 방송 보도에 따르면 해당 유조선의 원유는 약 28만3000배럴 규모로, 일본 하루 소비량의 약 12% 수준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다각적인 조달처 확보는 일본의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에 필요하다"며 대체 조달이 "형태를 갖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일본은 비축유 방출만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유소에 들어가는 물량 기준으로 우회 조달망을 시험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은 원유 수입에서 중동 비중이 여전히 70% 안팎에 이르고, 중동산 원유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친다.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차질은 단순히 국제 유가 상승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정유사 원료 조달, 나프타 기반 석유화학,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
일본의 이번 대응은 한국에 세 가지 과제를 던진다. 첫째, 미국산·중남미산·중앙아시아산 등 대체 원유가 국내 정유 설비에 얼마나 적합한지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둘째, 원유 조달처뿐 아니라 항로를 함께 봐야 한다. 호르무즈를 피하더라도 파나마운하, 희망봉, 흑해·지중해, 러시아 극동 항로 등 각각의 병목과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째, 정부와 정유업계가 비상시 조달 가능한 물량, 도착 시점, 정제 가능성, 보험료 부담을 한 묶음으로 점검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일본은 이번 아제르바이잔산 원유 반입을 통해 에너지 위기를 '외교 구호'가 아니라 '선박이 어느 항구에 언제 도착하느냐'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호르무즈 리스크를 유가 전망 차원이 아니라, 실제 원유가 어느 항로로 들어와 어느 정유소에서 처리될 수 있는지 따지는 공급망 안보 문제로 봐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