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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해운, 호르무즈·홍해 막히자 아프리카 희망봉우회 장기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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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5. 12. 12:07

중동·홍해 동시 불안 수에즈 항로 차질
韓수출입 물류비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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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행 불안을 일시적 변수로 보지 않고 장기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예멘 후티 반군이 2023년부터 홍해 주변 선박 공격을 시작한 뒤 일본 해운 대기업들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 항로를 사용하고 있다. /이미지=연합뉴스
일본 해운업계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항행 불안을 일시적 변수로 보지 않고 장기화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중동 정세 악화가 원유·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차질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물류망까지 흔들면서 한국 수출입 기업에도 운송 기간 지연과 물류비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12일 일본우선(NYK Line),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 등 일본 해운 대기업 3사가 2027년 3월기 연결 순이익 감소를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우선은 전기 대비 7.9% 줄어든 1950억엔, 상선미쓰이는 20.3% 감소한 1700억엔, 가와사키기선은 28.6% 감소한 950억엔을 각각 예상했다. 표면상으로는 기업 실적 전망이지만, 핵심은 해운사들이 호르무즈와 홍해 리스크를 내년 경영 계획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일본우선'의 소가 다카야 사장은 11일 온라인 결산 기자회견에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열릴지와 연료 가격이 얼마로 움직일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일본 해운 3사는 4~6월 호르무즈 해협 주변 항행이 정상화되지 않고, 홍해 입구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항행도 연중 어려운 상황을 전제로 실적을 산정했다.

◇호르무즈는 에너지, 홍해는 물류 병목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하루 약 2000만 배럴,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25%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며 이 가운데 80%는 아시아로 향한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의 LNG 수출도 대부분 이 해협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LNG 교역의 약 19%와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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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 인근 등대에서 바라본 바다./사진=연합뉴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아시아~유럽 컨테이너 항로의 병목이다. 예멘 후티 반군이 2023년부터 홍해 주변 선박 공격을 시작한 뒤 일본 해운 대기업들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 대신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을 도는 우회 항로를 사용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홍해 교란 이후 희망봉 우회로 항해 시간이 늘고 유효 선복량이 줄었으며, 운항 비용이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희망봉 우회는 단순히 배가 멀리 돌아가는 문제가 아니다.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 선박 회전율이 떨어지고 연료비, 보험료, 선원비가 함께 늘어난다. 중동 정세 악화로 연료 가격까지 오르면 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일본 해운사들은 연료비 상승분을 운임에 반영하는 유류할증료 적용 확대도 검토하고 있지만, 운임 인상은 화주 부담과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직접 영향권에 있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수입 비중이 높고, 유럽 수출입 물류도 수에즈·홍해 항로와 연결돼 있다. 호르무즈 불안은 에너지 조달 비용을, 홍해 불안은 유럽행 컨테이너 운임과 납기를 동시에 압박한다. 자동차,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처럼 해상 운임과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업종은 원가와 물류비 부담을 함께 떠안을 수 있다.

이번 일본 해운 3사의 전망은 단순한 감익 뉴스가 아니다. 일본 해운업계가 이미 호르무즈·홍해 리스크 장기화를 경영 전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한국도 중동 위기를 유가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에너지 수입 항로와 유럽 수출입 물류망이 동시에 흔들리는 공급망 안보 문제로 봐야 한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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