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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카보베르데 저력의 근원,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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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기자

승인 : 2026. 07. 09.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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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 Verde Argen... <YONHAP NO-4259> (AP Photo/George Walker IV)
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운데)가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오른쪽)의 슈팅을 막고 있다./AP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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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팀의 이름값만 보고 판단할지 몰라도 우리는 결코 만만한 경기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카보베르데를 상대로 연장 혈투 끝에 3-2로 진땀승을 거둔 뒤 상대 팀에 경의를 표했다.

카보베르데는 이번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음에도 단연 가장 주목받는 돌풍의 팀이 됐다. 상대적으로 압도적 우세로 평가되는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겼고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와는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쳤다. 카보베르데의 이번 월드컵 도전은 기대보다 일찍 막을 내렸으나 서아프리카 대서양의 15개 화산섬으로 이뤄진 도서국가, 인구 50만여명의 이 작은 나라가 단기간에 남긴 강렬한 메시지는 '이변'이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들이 축구를 잘하는 것을 단순히 절박함에서 기인한 처절한 사투의 결과라고 볼 수는 없다. '디아스포라'로 대변되는 준비된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5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다가 1975년 독립한 카보베르데는 미국과 유럽 곳곳에 교민을 두고 있다. 그 규모는 총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선진 축구 시스템이 갖춰진 유럽에서 태어났거나 그곳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조상의 뿌리를 따라 카보베르데 유니폼을 입었다. 세계 곳곳으로 뻗은 인적 네트워크로 국가 경쟁력을 키운 셈이다.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은 유대인의 역사에서 비롯됐다. 고대 이스라엘에 근간을 둔 그들은 약 2000년 동안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각종 분야에서 두각을 보여왔다. 학문, 금융, 과학기술 등에서 경험을 축적하면서 인적 교류를 놓지 않은 결과다. 국적은 다르지만 유대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민족 공동체 의식을 지키고 있다. 카보베르데 민족 역시 흩어진 인재를 단절시키지 않고 정체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디아스포라가 언제나 공동체의 경쟁력 확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로 떠난 국민이 본국과 관계를 끊으면 인재 유출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후손의 민족 정체성이 옅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근간이 되는 공동체를 신뢰하고 거기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있다.

국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국경 안의 자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배우고 일하는 이들이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들의 경험과 역량으로 어떻게 국가 발전의 동력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미래가 좌우된다.

카보베르데의 축구는 기적이 아니다. 자국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울타리 너머에서 축적한 인적 자본을 집약해 만들어낸 성과다. 세계화의 흐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영토 중심의 사고를 넘어 유대감과 신뢰로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것이 강국으로 생존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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