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이란, 체제 보존 위해 저강도 충돌 감수"
WSJ "이란, 제재 완화보다 해협 통제권 우선"…걸프 경제권 압박
|
◇ FT·채텀하우스 "이란, 트럼프 후퇴에 베팅"…체제 보존 위해 저강도 충돌 감수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라는 핵심 카드를 꺼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먼저 물러설 것에 베팅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 담당 국장은 이란의 목적이 체제 보존과 영향력 약화 차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 회피 성향을 계산해 저강도 충돌이라는 '뉴노멀'을 견디면서 미국을 지치게 하려 하지만 "이는 수렁(quagmire)"이라고 지적했다.
FT는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고문이 해협이 이란의 '전략적 억지력'으로 기능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은 레자이가 해협을 '전략적 통로'라고 부르며 "수십 개의 원자폭탄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전날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는 우리 민족의 의지이며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MOU의 모호한 문구가 현재 충돌을 예고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란은 6월 17일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해협을 다시 열기로 했다.
이에 미국은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판매를 허용하는 면제를 부여했다. 이란은 60일간 통행료 없이 선박의 점진적 통항을 허용하고 기뢰 제거에 나설 예정이었다. MOU 제5조는 이란이 상선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조치한다'고 규정했다.
마이클 래트니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미국대사는 이 문구가 이란에 강력한 통제 지렛대를 줬다고 평가했다. 데니스 로스 전 미국 중동협상대표는 이란의 해석이 "이란이 완전히 통제하고 다른 항로는 허용하지 않는 조건에서 해협을 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란은 선박이 자국 영해를 지나는 북부 항로를 이용하고,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오만 연안의 남부 항로를 제시하고 미군이 항공 엄호를 제공했다. 전쟁 중 일부 선사는 이란의 안전 통항 보장을 받는 대가로 선박당 최대 200만달러(30억300만원) 지불을 요구받았다.
|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지도부가 수백억달러 규모의 제재 완화보다 해협 통제권을 우선한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해협을 장악해 걸프 경제권을 압박하는 '팍스 이라니카(Pax Iranica)'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카림 사자드푸르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이웃 국가 공격과 해협 위협, 유가 상승을 통해 양보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란이 국민의 번영보다 이웃 국가의 불안정에서 안보를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 겸 대미 수석협상대표는 MOU 5조를 첨부한 엑스(X) 게시물에서 "일방적 합의의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이미 말했다. 약속을 지키라. 그렇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라. 이제 현실을 직시할 때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상선 공격이 재개되자 이란산 원유 판매를 허용했던 면제 조치를 취소했다.
|
이란은 6월 21일 스위스에서 첫 고위급 협상을 열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갈리바프 의장이 각각 협상단을 이끌었다. 양측은 이후 카타르 도하에서 실무협상을 진행했지만, 해협 통제권 분쟁이 핵 협상을 압도했다.
7월 1일에는 카타르와 파키스탄의 중재로 양측 협상단이 중재국과 별도로 접촉했지만,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장례식과 무력 충돌로 협상이 다시 멈췄다.
MOU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570척을 넘었고, 6월 20일부터 7일 동안에는 약 400척이 통항했다. 전쟁 전 하루 약 140척이 지나갔지만, 충돌 재개 이후인 10일엔 통항 선박이 22척으로 줄었다. 12일에는 위치 신호로 확인되는 선박 통항이 거의 없었다.
마크 폴리메로풀로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관리는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전을 피하려 한다고 보고, 압박을 계속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방 과정에서 미군 다수가 숨지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면전 재개는 역내와 세계 경제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