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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미궁 빠진 ‘노태우 비자금 300억’…독립몰수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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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현 기자

승인 : 2026. 07.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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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간 이어져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이 '재산분할금 9440억원 지급'으로 일단락됐습니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은 끝내 법원의 판단을 받지 못하면서 다시금 '독립몰수제' 도입 필요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법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분할대상재산에 포함하며 해당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을 이혼소송의 항소심 변론종결일로 정했습니다. 보유 주식 가치가 증대한 데에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등의 관여가 있었으나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 사이 SK 주식 주가가 크게 상승한 데에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해서는 "대법원 환송판결에 따라 최 회장 보유 주식의 형성이나 가치 유지에 대한 노 관장의 기여나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참작하지 아니한다"고만 판시했습니다. 앞서 대법원 역시 지난해 10월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해당 비자금이 불법 자금인 만큼 설령 SK 측에 전달됐더라도 재산분할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이 비자금의 존재 여부를 파악하지 않은 것은 원심의 법리적 쟁점만을 심리하는 '법률심'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환송 취지상 파기환송심이 비자금의 실체를 별도로 심리할 법적 필요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실관계를 심리하는 '사실심'인 파기환송심에서조차 비자금의 실체가 끝내 밝혀지지 않으면서 비자금 존재 여부에 대해 법원이 다시 심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이를 정면으로 가리기 위해서는 별도의 형사절차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직접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 등이 사망한 데다 비자금 전달 시점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정 전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등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해 있는 실정입니다.

결국 범인의 사망이나 소재불명 등 사유로 공소제기가 어렵더라도 유죄 판결 없이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독립몰수제는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여전히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비자금의 존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김옥숙 여사의 이른바 '선경 300억' 메모와 약속어음 등은 이미 법정에 제출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의 검은돈이 확인되고 환수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의 화살은 권력형 부패 범죄를 단죄해야 할 법원으로 향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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