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책도 사후 대응 중심…전문가 "입법 공백 메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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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와 교제했던 최혜지(가명)씨는 지난 2023년 이별을 통보한 뒤 스토킹에 시달렸다. 가해자는 최씨 차량에 GPS 위치추적기를 몰래 부착해 동선을 파악했다. 지인을 만나기 위해 평소 가지 않던 지역으로 이동한 날에도 가해자는 그곳까지 찾아왔다. 뒤늦게 차량에서 위치추적기를 발견하고서야 자신이 줄곧 감시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자적 위치추적을 독립적인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지 않는 현행법 탓에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에 GPS 위치추적기 하나만 몰래 붙이면 상대의 하루를 들여다보는 '위치추적 스토킹'이 가능한 시대다. 스토킹 범죄는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법은 여전히 범죄를 뒤쫓는 데 머물러 있다.
29일 경찰청 112 신고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신고는 2024년 3만1947건에서 지난해 4만4684건으로 39.9% 증가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첫해인 2021년 1만4509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세 배를 넘어선 수치다. 교제 폭력 신고 역시 같은 기간 8만8394건에서 10만5344건으로 늘었다. 아울러 여성가족부의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서는 기술 매개 통제 피해 경험자 가운데 21%가 GPS 장치나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강제로 확인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위치추적이 단순한 감시를 넘어 강력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4월 발생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가해자는 피해자 차량 3대와 피해자 어머니 차량, 지인 차량 등 모두 5대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파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차량에서 위치추적 의심 장치를 발견해 신고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는 한 달 뒤에야 이뤄졌다. 피해자는 결국 지속적인 스토킹 끝에 목숨을 잃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주거지나 직장 주변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을 스토킹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GPS 위치추적기나 스마트태그를 부착해 동선을 파악하는 행위 자체는 별도로 명시하지 않는다. 현행법이 스토킹 행위 성립 요건으로 '반복성'을 요구하는 반면 위치추적기 부착은 일회성 행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전자적 위치추적은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처리되거나 개별 사건에서 법원의 해석에 맡겨진다.
다만 위치정보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어서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피해자 보호 절차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접근이나 협박 등 추가 행위가 나타날 때까지 경찰의 선제적 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경찰도 최근 스토킹 범죄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범죄 발생 이후의 관리에 치우쳐 '사후약방문'에 그친다는 평가다. 경찰청은 지난 28일 스토킹 범죄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범죄피해자 보호 전담 조직 확대, 스토킹 전자장치 부착자의 위치정보를 경찰과 법무부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작 GPS 위치추적기 부착 단계에서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보완책은 빠졌다.
이은의 변호사는 "GPS 위치추적기 부착은 행위 자체는 한 번이지만 위치정보 수집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사실상 계속되는 스토킹 행위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GPS 위치추적기 부착 행위에 스토킹처벌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활용하기 어렵다"며 "시간상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행위도 스토킹 행위로 인정할 수 있도록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