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자나나'·수단 '유령'·우크라 '드론 공포증'…지역마다 새 전쟁 언어
드론 대량 투입에 경보·진동·폭발 반복...수면·대화·집중력까지 일상 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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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는 현지 민간인 10명을 인터뷰해 재래식 미사일보다 저렴한 드론이 주야간 대량 투입되면서 경보와 진동음, 폭발음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드론이 전쟁 지리를 바꿔 전선에서 떨어진 러시아 모스크바와 바레인 수도 마나마 주민까지 불길한 회전음을 듣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드론은 소리를 본뜬 '방가나(bangana)'로 불렸다. 가자지구의 이스라엘 드론은 '자나나(zanana)'로 불린다. 수단 주민들은 소리 없이 공격하는 드론을 '유령'에 비유한다. 우크라이나 정신과 의사들은 셸쇼크(shellshock·포격 충격)를 잇는 전쟁 트라우마를 '드론 공포증(droneophobia)'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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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배우 막스 트카첸코(38)는 키이우 도심 고층 아파트 소파에 누운 채 공습경보를 들었다. 휴대전화는 방공호 대피를 지시했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전날 밤과 새벽에도 경보가 울렸다. 그는 "수면 부족은 전쟁 중 삶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말 러시아의 전면 침공 당시에는 경보마다 심장이 뛰고 근육이 굳었다. 전쟁 4년째에는 경보가 잠을 깨우지 못할 때도 있다. 그는 심야 경보 시각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한다. 드론 5∼10대가 키이우 인근으로 향하면 다시 잠든다. 러시아가 한밤에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로 최대 700대를 보낸 대규모 공격 때는 발코니에서 하늘을 촬영한다.
그는 7만명의 팔로워에게 방공망을 통과한 드론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러시아 자폭 드론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듯한 낮은 진동음을 낸다. 트카첸코에게 이 소리는 폭발에 앞서 울리는 첫 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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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베이루트 도심에 사는 공공정책 컨설턴트 아바스 시바이(39)는 이스라엘 드론이 내는 금속성 진동에 시달렸다. 교전이 가장 격렬했던 4월에는 드론음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또는 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출근길과 사무실, 이중창을 닫은 집 안에서도 소리가 이어졌다.
시바이는 감시용과 통신정보 수집용, 공격용 드론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압박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에 인근 기기와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공유할지 묻는 알림이 간혹 뜨자 드론의 네트워크 접근을 의심했다. 그는 이후 웹캠을 가렸다.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경적을 더 자주 울리고 고함을 치거나 말다툼을 벌였다. 일부 주민은 음악을 크게 틀거나 영화를 보며 일했다. 이웃들은 텔레비전 음량을 높여 드론 소리를 덮었다. 시바이는 밤마다 침실 스피커로 10시간짜리 흐르는 물소리 영상을 재생한다. 그는 물소리의 주파수가 창밖의 드론음을 가려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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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의 무타즈 이브라힘 교육 코디네이터는 3월 중순 수단 남부 코스티의 자택에서 날카로운 드론음을 들었다. 곧이어 약 200m 떨어진 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창문이 깨지고 천장이 무너졌으며 유리 파편이 방 안에 흩어졌다. 전기가 끊기자, 그는 거리로 뛰어나가 추가 공격을 우려하며 밤을 밖에서 보냈다. 드론은 이후 시장과 병원, 통신시설을 공격했다. 2025년 초 코스티 전력·수도시설 공격에 따른 서비스 중단은 콜레라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유엔에 따르면 2026년 첫 4개월간 수단 민간인 사망자의 80% 이상은 드론 공격으로 숨졌다. 수단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모두 무장 드론을 운용했다. 자폭 드론은 오토바이 엔진처럼 진동하며 접근한다. 전략 드론은 높은 고도에서 폭탄을 투하해 지상에서 소리와 모습을 감지하기 어렵다.
최근 6개월간 화이트나일주 공격은 전략 드론이 주를 이뤘다. 한 전략 드론은 4월 피란민 수용소에 물을 운반하던 트럭을 공격해 운전자를 크게 다치게 했다. 인권단체 긴급변호사그룹의 모하메드 살라 엘딘 변호사는 드론이 차량과 구호·무역 행렬, 시장을 경고 없이 따라다닌다며 주민들이 이를 '유령'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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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의 작가이자 시인 샤흐드 알나우크(21)는 전쟁 전 데이르 알발라의 나무 아래에서 가족과 새소리를 듣던 시간을 '순수한 침묵'으로 기억한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뒤 전면전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 드론의 낮은 진동음이 일상의 배경이 됐다. 휴전이 선언된 지 9개월이 지난 뒤에도 소리는 이어졌다.
알나우크는 "하루가 24시간이라면 24시간 동안 드론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7월 가자이슬람대를 졸업하고 시집 '드론에 맞서는 우리의 맥박(Our Pulse Against the Drones)'을 출간했다. 수록시 '드론이 대답한다(The Drone Answers)'에는 소음 때문에 어머니와 대화를 반복해야 했던 경험을 담았다.
그는 드론이 생각을 혼란스럽게 하고 떠올린 내용을 잊게 만든다고 말했다. 소리가 커지면 드론은 대화에 끼어드는 존재가 아니라 '유일한 목소리'가 된다. 새벽 인근 모스크에서 기도 방송이 울릴 때만 진동음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알나우크는 바닷가에서 누렸던 침묵을 설명하다 말을 멈췄다. 멀리서 시작된 드론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