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와 평일 오후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날 600석 규모의 연주홀에는 적지 않은 관객이 모였습니다.
연주회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슈니트케(러시아의 현대 작곡가)의 옛날 스타일의 모음곡(Suite in the old style)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4 개의 소품(4 Pieces from Romeo & Juliette)' 등 낭만~현대를 아우르는 멋진 곡들로 꾸려졌습니다.
예프게니 코스트리츠키(바이올린)는 1980년 키예프 출생으로 세계적인 야사 하이폐츠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주목받는 연주자입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의 오뎃사 국립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악장으로 활동중이며 활발한 실내악 연주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맡은 카타리나 쿨리코바는 2000년 프랑스 피에르 랑티에 콩쿠르 1위, 2001년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국제콩쿠르 특별상, 2009년 에밀 길렐스 국제 콩쿠르 1위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이미 4장의 음반을 녹음한 여성 연주자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구 레닌그라드 필하모니),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오케스트라,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악단과 협연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의 첫곡은 베토벤 1번 바이올린 소나타로, 귓병을 앓던 시기의 작곡가의 고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열정이 함께 녹아있는 음악입니다.
베토벤이 남긴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가 청력을 잃어가기 시작한 28세 이후에 작곡, 인생의 고통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습니다.
5번 봄과 9번 크로이처 소나타가 가장 유명하지만, 덜 알려진 1,3,7번 등 모든 곡이 걸작입니다.
특히 1번은 첫 작품답게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빈 고전주의의 영향이 곳곳에서 발견되는 게 특징입니다.
이날 한파 탓이었는지 1악장(알레그로 콘 브리오) 시작부분 바이올린의 고음 등에서 약간 굳어진 표정을 보였으나, 악장이 지나갈수록 음악적인 감흥이 살아나는 호연을 들려줬습니다.
3악장(론도 알레그로)에서는 빠른페시지에서도 유감없는 기량이 돋보였으며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단정한' 소리 만들기가 주목됐습니다.
이어진 프랑크 소나타는 작곡가가 64세 때 만든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입니다.
오르간 연주자였던 작곡가 특유의 스케일에 더불어, 프랑스적인 분위기를 살려내는 게 쉽지 않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 쿨리코바의 뉘앙스가 풍부한 반주와 어우러진 연주자들의 찰떡호흡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단 3악장 중간, 음악이 작아지는 부분에서는 어린이 관객중 몇 몇이 박수를 쳐 연주자들도 약간 놀란 눈치였습니다.
또 이날 어린이 관람객들의 전반적인 관람태도(웅성거리는 수다, 하품 등)도 좋지 않았는데요, 어린이들의 경우 반드시 보호자가 미리 교육을 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됐습니다.
인터미션 후 이어진 2부 공연은 더욱 마음에 들었습니다.
젊은 러시아 출신 연주자들이 러시아의 근·현대 음악을 연주하니, 음악이 '올바르게' 연주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슈니트케의 '옛스타일에 따른 모음곡'은 미뉴에트 악장을 제외하고는 전곡을 처음 들었는데, 단정하고 아름다운 바로크 혹은 고전파 음악같이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5악장(판토마인) 끝부분에서 바이올린이 마치 전기음같이 높은 음정의 불협화음을 들려준 부분에서는 '이 곡이 현대음악'이라고 강조하는 듯, 매우 신선했습니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편곡한 '4곡의 소품'의 경우 첫 곡 '몬테규가와 캐플릿가'원곡에 등장하는 엄습하는 관악기의 웅장함을 살리려는 듯, 웅장한 피아노가 돋보였습니다.
바이올린은 마지막 악장 '줄리엣의 죽음'에서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쌉싸름한 미감이 잘 살아나는 해석을 자랑했습니다.
공연 후 몇 번의 커튼콜 후 연주한 2곡은 비제의 원곡을 대 바이올린연주자 사라사테가 편곡한 '카르맨 환상곡'과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이었습니다.
인기곡을 '먹기 좋게 자른 케익'처럼 완벽한 솜씨로 연주,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편 이날 공연은 메노뮤직(대표 송미선)이 주최하고 공연 수익금을 (사)지구촌 사랑나눔에 후원하고 음악교육을 지원하는 등 문화와 나눔을 함께 이루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메노뮤직은 오는 4월22일 드미트리 고딘(피아노) 리사이틀, 6월3일 라이징스타 시리즈 II로 막심 코시노프(바이올린) 리사이틀, 9월 2일 라티미르 마티노빅(피아노) 리사이틀 등의 공연을 열 예정입니다.
쿨리코바가 1위를 차지한 2009년 에밀길렐스 국제 콩쿠르에서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발트슈타인'을 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