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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상권서 창업한 신규영 대표 “와인 아지트 만들 작정으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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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재 기자

승인 : 2013. 04. 11. 08:16

[희망100세]보나베띠 공덕역점 신 대표 '고객 층 노린 것이 효과'
보나베티 신규영 대표. /사진=정필재 기자

아시아투데이 정필재 기자 = “와인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을 위한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고 이제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2010년 서울 마포구에 보나베띠 공덕역점을 연 신규영 대표(54)는 스스로를 ‘와인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큼 와인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와인보다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선배가 와인을 선물한다고 해서 ‘무슨 와인이에요, 술은 소주면 됐지’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이런 신 대표가 와인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흥은행에서 근무하던 신 대표는 새로 출시된 ‘와인카드’ 영업을 책임지는 부서의 장으로 임명됐고 이 일을 계기로 와인을 공부했다.

“와인을 즐기는 고객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카드였어요. 전국의 유명 와인 바와 제휴를 맺어야 하는 것이 저의 임무였고요. 많이 돌아다녔죠. 하지만 와인에 무지한 제게 고객들과 업체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어요.”

신 대표는 와인업주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그들과 공통된 관심사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한달에 150만원인 와인 강의를 들었습니다. 또 ‘샤또 라이욜’이라는 브랜드의 와인 오프너도 구매했어요. 그리고 다시 와인바를 찾아가 괜찮은 와인을 추천받아 주문했고, 또 명품 오프너로 직접 와인을 따며 그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와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지요.”

신 대표의 노력으로 조흥은행이 발행한 와인카드를 사용하는 고객들은 물론 이들이 이용하는 혜택도 늘어났다. 2006년 조흥은행이 신한금융지주로 합병됐고 신 대표는 신한카드 강남지점장의 자리까지 올라서며 승승장구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근무했습니다. 하지만 위태로운 자리잖아요. 그래서 멋지게 나오고 싶었죠. 그러면서 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계속 제가 잘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뭐가 있나 찾아 준비했어요.”

2010년 신 대표는 30년간 일하던 은행 문을 스스로 열고 나왔다. 그리고 그동안 벌었던 모든 돈을 쏟아 오피스 상권에 파스타집인 보나베띠를 오픈했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자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업무를 마치고 모일수 있는 그런 장소요. 그래서 가장 먼저 고객이 와인을 가지고 와서 무료로 와인잔과 오프너를 빌려 이용할 수 있는 곳(BYO, Bring Your Own)을 알아봤죠. 그러다 인테리어에서 자유롭고 로열티를 평당 1만원 수준으로 받는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신 대표의 보나베띠 공덕점은 231.4㎡(70평)규모다.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곳이기 때문에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게 투자됐다.

“30년 은행원 생활하면서 번 모든 돈을 한번에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니까 얼마나 걱정됐겠습니까. 정말 잠도 못잤어요. 사실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처음엔 속이 타들어갔어요. 혼자 소주를 마시고 집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오피스 상권이라는 입지에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문을 연 대형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생각보다 장사가 안됐어요. 출퇴근하며 지나가는 사람은 많았는데 말이죠. 아무래도 제가 가게를 알리는 일보다 와인을 홍보하는 일에 열을 올린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매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김 대표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와인 강좌를 매장에서 열기 위해 빔 프로젝트와 스크린을 구비해 강의실도 따로 마련했다.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0여명씩 와인강좌 수강생도 모집했다. 이같은 김 대표의 전략이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매출도 올라갔다.

“벌써 120명이 넘는 사람들과 와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습니다. 같이 와인을 시음해보고 어울리는 음식을 즐기며 함께 했죠. 매주 월요일 초급·중급·비즈니스·응용 4단계로 와인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즐기던 수강생들은 집에 있는 와인을 들고 매장을 찾아왔다. 그리고 와인 애호가들에게 자신이 아끼는 와인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제가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와인 아지트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어요. 이젠 저희 가게에서 모임이 이뤄지면서 어느정도의 꿈을 이룬 것 같아서 기쁩니다.”

은행원에서 사업가로 변신에 성공한 신 대표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독수리가 40년을 살면 부리와 발톱이 낡아 사냥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수리는 뭉툭해진 자신의 부리를 바위에 비벼 없애고 새 부리가 나길 기다립니다. 새 부리를 얻으면 독수리는 자신의 발톱과 깃털을 뽑는 아픔을 겪습니다. 그리고 그 후 다시 30년을 살아가는 것이지요.”

신 대표는 말을 이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은퇴하고 30년을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이지요. 명예퇴직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창업에 뛰어들어서는 안됩니다. 독수리가 준비하는 것만큼의 고된 준비를 해야합니다.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절벽 끝에 섰을 때 비상하느냐, 떨어지느냐는 바로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충분히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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