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완화·미군 철수 요구 협상 지렛대로 활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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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권 생존에 성공한 데 이어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추가 공습을 경고한 지 불과 1시간여 앞두고 휴전에 합의했다. 약 38일간 이어진 이번 전쟁에서 이란은 정권 붕괴를 막는 데 성공했으며, 향후 대규모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억지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란은 전쟁 기간 비대칭 전술을 활용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력 우위를 상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유가를 끌어올리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미국 경제에도 부담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휴전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정권 교체, 핵 프로그램 완전 제거, 역내 군사 위협 제거 등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결됐다. 이란은 이를 사실상 전략적 성과로 인식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휴전 직후 국가안보회의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패배"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친정부 시위대는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승리를 선언하는 구호를 외쳤다.
특히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휴전 협상 과정에서 2주간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모든 선박은 이란군과의 협조 아래 운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 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전쟁은 이란에도 상당한 피해를 남겼다. 5주 이상 이어진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주요 석유화학 시설을 포함한 인프라가 파괴됐고 해군 함정 다수가 침몰했다. 미사일과 드론 전력도 상당 부분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미국이 "결정적인 군사적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비교적 협상 여지를 남긴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휴전이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며 제재 완화 문제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측은 제재 해제와 향후 군사 공격 중단 보장, 중동 내 미군 철수 등을 포함한 10개 항의 협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협상이 본격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통제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협상 틀이 이란의 제안을 중심으로 논의된다는 점 자체가 외교적 성과"라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란 내부적으로는 전쟁 이후 정권의 통제력이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란 지도부는 반정부 세력을 잠재적 간첩으로 규정하며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기에는 정권 교체 기대감이 일부 존재했지만, 정권이 유지되면서 정치적 변화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다만 경제 제재와 인플레이션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이란 사회 불안 요인으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정권의 생존에는 도움이 됐지만 장기적인 정치·경제 안정까지 보장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