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특사 파견 취소 10분만에 이란의 새 제안 접수"
아라그치 이란 외무, 파·오만·러 셔틀외교
호르무즈 통항 제로 근접 급감·브렌트유 45% 급등
|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해상 봉쇄 압박을 수주간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고수하며 "이란이 원하면 전화하면 된다"고 맞섰다.
악시오스는 이란의 새 제안이 핵 선행을 요구하는 미국과 호르무즈 재개를 앞세우는 이란 간 협상 순서 충돌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양측이 압박과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상대가 먼저 지칠 때까지 버티는 '전쟁도 평화도 없는' 교착 국면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
악시오스는 미국 정부 관리 1명과 관련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이란의 새 제안이 휴전 연장을 통해 영구적 전쟁 종식을 모색하고, 핵 협상은 미국의 호르무즈 봉쇄 해제 이후 별도 단계로 진행한다는 구조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이를 수용할 의향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국가안보·외교정책 핵심 참모들과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열어 협상 교착 상태와 향후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란 지도부가 어떤 핵 양보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할지를 두고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으며, 이란의 제안이 핵 문제를 우회해 더 빠른 합의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제안은 농축 우라늄 비축량 제거와 농축 중단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핵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를 동시에 소멸시킨다는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짚었다.
올리비아 웨일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미국은 언론을 통해 협상하지 않는다"며 "미국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 합의만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이 "많은 것을 제안했지만 충분하지 않았다"며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파키스탄 방문을 취소했고, 이란이 '취소' 후 10분 만에 "훨씬 개선된 새 제안서가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폭스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이슬라마바드까지 18시간 비행을 보낼 이유가 없다"며 "이란이 협상을 원하면 전화하면 된다. 보안이 갖춰진 전화선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이란의 석유 파이프라인이 저장 공간 부족으로 약 3일 내 폭발 위험에 처해 있고, 한번 폭발하면 예전처럼 복구할 수 없다. 그들은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향후 수 주간 해상 봉쇄를 유지해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취소 결정 직후 미국 공군 C-17 수송기 2대가 파키스탄에서 미국 관리 경호용 장비·차량을 싣고 철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종전 입장을 전달한 뒤, 25일 오만으로 이동해 하이삼 빈 타리크 알 사이드 술탄과 호르무즈 해협 안보 및 역내 안보 체제를 논의하고, 26일 이슬라마바드를 3시간 재방문해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야전 원수)을 면담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재방문 목적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새로운 법적 체제 시행 △전쟁 피해 배상금 수령 △교전 당사국의 재침략 금지 보장 △해상 봉쇄 해제 등 4개 종전 조건을 중재국에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것이며, 이번 협의는 핵 문제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엑스(X)를 통해 파키스탄 방문이 "매우 유익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외교에 진정으로 진지한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의 통화에서 "위협이나 봉쇄 아래 강요된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이란 정부가 전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슬라마바드 재방문을 마치고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접견해 협상 현황과 휴전 상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카젬 잘랄리 주러 이란 대사가 이란 이스나통신을 통해 전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내부에서는 현상 유지(status quo)가 정치적으로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작용하고 있다. 테헤란대 정치학자이자 전 이란 부통령인 사산 카리미는 NYT에 "어떤 변화든 향후 실패 시 책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란 지도부에게는 현상 유지가 가장 보수적인 정치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이 지난해 6월 폭격한 이란 지하 터널 단지에 남은 물질에 대해 '핵 먼지(nuclear dust)'에 불과하다고 했으나, 전문가들은 해당 물질이 캐니스터(canister)에 담긴 기체 형태의 고독성 물질로 잘못 다루면 핵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맬리 전 이란 담당 특사는 NYT에 "트럼프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이지만 이란 지도부는 완고하고 집요하다"며 "트럼프는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지만 이란 지도부는 장기전을 펼치고, 트럼프는 노골적 압박이 굴복을 강요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란 지도부는 핵심 이익을 양보하기보다 엄청난 고통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
블룸버그통신의 선박 자동식별장치(AIS)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26일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업 선박이 개전 전 일평균 135척에서 제로(0)에 근접한 수준으로 급감했다.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을 통해 미국 해군이 봉쇄 개시 이후 총 38척을 차단·회항시켰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모기 함대(mosquito fleet)' 고속정은 페르시아만 내 잔류 선박을 위협하며 이중 봉쇄를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벤치마크 브렌트유는 26일 배럴당 105.33달러(15만5600원)로 개전 전 72.48달러(10만7100원) 대비 45% 이상 폭등했고,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5ℓ)당 4달러(5910원)로 2월 말 3달러(4432원) 대비 33% 상승했다. 유럽 액화천연가스(LNG) 벤치마크 가격도 개전 전 대비 약 3분의 1 올랐다.
블룸버그는 악시오스의 이란 제안 보도 직후 원유 가격이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고,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0.1% 올랐다며 협상 재개 기대 심리가 시장에 단기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 산유국 원유 생산량이 개전 전 대비 57% 급감했으며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완전 회복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고, 이란산 원유 최대 구매처인 중국의 헝리(恒力)석유화학 다롄(大連) 정유소가 추가 제재 대상에 올랐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