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표정 어두워
70%가 묶인 부동산 냉기가
중산층 지갑 얼린 탓
부동산 옥죄며 내수 활성화?
엔진 끄고 가속페달 밟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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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자산 효과'란 자산 가격이 오를 때 가처분 소득의 증가 없이도 심리적 여유에 힘입어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이러한 선순환이 작동하지 않는 '비대칭적 자산 효과'의 늪에 빠져 있다. 부동산의 음(-)의 자산 효과와 주식의 양(+)의 자산 효과가 충돌하고 있는데, 부동산의 냉기가 주식의 온기를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는 네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자산 구성에 있어 부동산의 압도적 비대칭성이다.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약 70~80%는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국민 대부분에게 주식은 '곁다리' 혹은 '여윳돈'의 성격이 강하지만, 부동산은 전 재산이자 삶의 기반인 '몸통' 자체다. 몸통이 흔들리는데 곁다리가 튼실해졌다고 마음 놓고 지갑을 열 사람은 없다. 주가가 10% 오를 때 얻는 효용보다, 전 재산의 절대다수인 집값이 10% 하락할 때 느끼는 공포가 경제 전반을 지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산 비중의 단위 자체가 다르기에 부동산 가격 하락이 소비를 짓누르는 하방 압력은 주식의 상승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가혹하다.
두 번째 이유는 미래 소득에 대한 신뢰 차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항상소득 가설(Permanent Income)'에 따르면, 사람들은 일시적 횡재보다 평생 유지될 부의 수준에 맞춰 소비를 결정한다. 주식은 변동성이 커서 오늘 수익이 나도 내일이면 증발할 수 있는 '신기루' 같은 돈으로 인식된다. 반면 부동산은 내 삶의 근간이자 영구적인 자산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강력한 규제와 시장 위축으로 부동산 가치가 억눌리는 것은 단순히 숫자상의 손실을 넘어, 나의 미래 경제적 지위가 근본적으로 하락했다는 강력한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 이 기반이 흔들린다는 불안감은 즉각적인 심리적 위축을 불러오고 지갑에 단단한 자물쇠를 채우게 만든다.
세 번째 이유는 레버리지의 역습이다.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막대한 대출을 동반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가계는 심리적 위축 이상의 실질적 타격을 입는다. 담보 가치 하락은 대출 한도 축소와 원금 상환 압박으로 이어지고, 고금리 기조가 겹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된다. 즉, 실제로 쓸 수 있는 현금흐름인 '가처분 소득' 자체가 물리적으로 말라버리는 것이다. 주식은 팔지 않고 버티면 그만이지만, 부동산 하락기에 가계가 짊어져야 할 비용은 피할 길 없는 실질적 고통이다.
네 번째 이유는 소비 중추인 중산층의 몰락이다. 주식 투자의 이익은 대개 금융 자산이 많은 특정 계층이나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소득층은 자산이 늘어도 추가 소비를 극적으로 늘리지 않는다. 반면 부동산은 대한민국 중산층과 서민층의 자산과 직결되어 있다. 소비의 핵심 주체인 중산층이 규제와 가격 하락에 묶여 자산 가치 하락을 경험하면 내수 시장은 곧바로 직격탄을 맞는다. 주식 부자 몇 명이 명품 가방을 사는 것보다, 수많은 중산층이 가족과 함께 동네 식당을 찾는 것이 실물 경기에는 훨씬 중요하다.
주식 시장의 환호성이 골목 상권의 비명을 덮지 못하는 이유는 소비의 주춧돌인 중산층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개미들의 주식 수익은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다시 시장으로 숨어드는 '재투자'의 굴레에 갇히고, 자산가의 수익은 과시적 소비로 흐를 뿐이다. 반면 부동산은 중산층 생존의 기반이다. 주식으로 번 수백만원의 망외 소득보다 부동산 하락과 대출 금리에 묶인 수억원의 부채가 중산층의 심리를 지배하고 있다. 결국 수백만명의 개미가 수익 인증을 할 때보다 수천만명의 중산층이 집값 안정 속에서 외식을 결심할 때 비로소 내수의 빙하기가 끝난다.
결국 주식 시장의 미미한 온기로는 부동산 시장의 거대한 냉기를 녹일 수 없다. 내수 활성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가계 자산의 심장인 부동산을 옥죄는 것은 엔진을 끄고 가속페달을 밟는 격이다. 정책의 의도가 무엇이든, 그 결과가 중산층의 지갑에 자물쇠를 채우고 내수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